부산 자매 4명 숨진 화재 공통 원인 ‘멀티탭’… 문어발 연결 ‘절대 금물’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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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탭 화재 건수 5년 새 27% 늘어
여름철 문어발식 연결은 특히 위험
에어컨은 벽면 콘센트에 연결 권장
부산소방, 10일 멀티탭 화재 실험

어린이 2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 6층 화재 현장에서 지난 3일 오전 합동 감식에 나선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이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 2명이 숨진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 6층 화재 현장에서 지난 3일 오전 합동 감식에 나선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이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노후 멀티콘센트(멀티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어린 생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멀티탭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오는 10일 오후 1시 ‘멀티탭 발화 위험 요인 검증과 안전대책’을 주제로 화재 실험을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소방은 이날 화재 실험에서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에 따른 발화 가능성, 정격 용량 미충족 콘센트 사용 시 과전류 여부, 꼬인 상태나 헐겁게 체결된 경우 등 부적정한 사용에 따른 화재 가능성을 점검한다.

소방이 멀티탭 화재 실험에 나선 이유는 최근 부산의 아파트에 설치된 멀티탭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 4층에서 난 불로 자매 2명이 숨졌고, 지난 2일에도 기장군 기장읍의 한 아파트 6층에서 불이 나 자매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에 따르면 기장군 아파트 화재는 거실의 스탠드형 에어컨이 연결된 2구짜리 멀티탭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멀티탭 전선은 피복이 벗겨진 채 발견됐다. 경찰도 고전력 기기를 노후·저가형 멀티탭에 동시에 꽂는 과정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고 당시 멀티탭에는 에어컨 본체와 함께 베란다 실외기도 연결돼 있었다. 에어컨 실외기처럼 전력 소모가 큰 전자제품의 경우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멀티탭에 다른 기기와 동시에 연결하지 않도록 권장된다. 하지만 법적 규제 사항은 아닌 탓에 일상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불이 난 멀티탭의 제조사나 제품명, 정격 용량 준수 여부 등은 화재로 멀티탭이 타면서 확인되지 않았다.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난 화재도 거실 멀티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관 기관 합동 감식 결과 해당 멀티탭에는 컴퓨터 등 복수의 전자기기 전선이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아파트 등 부산의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2만 3547건의 화재 가운데 약 30%에 달하는 6971건이 전기적 요인이 원인이었다. 이는 화재 원인 중 ‘부주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콘센트로 인한 화재는 전기적 요인 중에서도 최근 5년 사이 증가세가 가파르다. 콘센트로 인한 화재는 2020년 396건에서 2022년 435건, 지난해 504건으로 5년 새 27%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멀티탭을 사용할 땐 소비 전력이나 교체 주기 등을 반드시 고려하고, 여러 전자기기를 동시에 연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력 소모가 큰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는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하는 것도 원칙으로 꼽는다.

신라대 소방안전학과 배상대 교수는 “여름철에는 냉방기기 등으로 기본 전력 소모가 많아 문어발식으로 멀티탭을 사용하면 콘센트나 벽면 회로가 감당할 수 있는 전력을 초과해 과열로 불이 날 수 있다”며 “문어발식 연결을 피하고 전자제품 사용 후에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거나 멀티탭의 스위치를 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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