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李 “내년 부산 지방선거 불 나겠네”… ‘PK 탈환’ 총력전 예고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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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부산 지방선거 불 나겠다"
李 지도부 만찬 자리서 내년 부산 지선 언급
지난 7회 지선도 부산 민주당 싹쓸이
여권서 내년 지선 기대감 높아져
'해수부 부산 이전' 지시 등 민심 탈환 의지
해수장관·해양비서관 부산 인사 발탁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1·2기 지도부와 가진 만찬 자리에서 내년 부산 지방선거를 언급, 부산·울산·경남(PK) 민심 탈환 의지를 다지는듯한 발언을 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최근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신속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별도로 지시하는 등 임기 초부터 부산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부산 몫’으로 꼽히는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과 대통령실 해양수산전담비서관 자리도 정무 능력을 갖춘 부산 지역 정치권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민주당 대표 시절 함께했던 1·2기 지도부 인사들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는 당일 오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약 2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복수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유일한 부산 인사로 참석한 서은숙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내년에 있을 부산 지방선거는 불이 나겠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내년 지선을 언급한 건 부산 지역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6·3 대선에서 드러난 PK 기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진보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부산에서 40% 이상 득표율을 넘기며 이변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이 부산 지선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을 두고 공약 추진과 정책을 총동원해 내년 PK 지방 권력 탈환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서 전 최고위원도 “불을 내야죠”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 시절 1기 지도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친명’ 인사로 분류된다.

이 대통령의 부산 지선 언급은 단순한 덕담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최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에게 해수부 부산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국무회의 관련 대변인 브리핑에서 지역 공약이 언급된 건 해수부 부산 이전이 유일했다. 이 대통령은 앞선 대선 과정에서 부산 핵심 공약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을 내세운 바 있다. 해수부는 이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 직후 곧바로 부산 이전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해수부 부산 이전 외에도 부산 해사전문법원 신설, 100대 기업 이전(HMM 본사 부산 이전 포함), 해운·물류 관련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한 바 있다. 여권 내에서 이 대통령이 해수부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임기 초반 ‘부산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걸 것이라는 전망 이 나온다. 이는 그간 보수정권에서 내세운 부산 공약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부산시민들의 공약 피로감이 높은 상황 속, 이 대통령의 가시적인 공약 추진으로 부산 민심을 더욱 끌어당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내년 6월 치러질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당선) 다음해 열린 제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부산에서 이끈 ‘대승’ 사례는 민주당의 부산 탈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당시 부산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결과 16석 중 13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부산시장 선거도 당시 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무려 18%포인트(P)를 벌리며 당시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를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 대통령이 해수부 부산 이전 등 부산 공약을 특히 챙기는 것도 지선을 앞두고 부산 민심을 선점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다면 한다’는 게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은 앞으로 해수부 부산 이전을 비롯한 부산 지역 공약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산 지역 내 여권 지지율도 급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 몫’으로 분류되는 해수부장관과 북극 항로 등 부산 해양수산 정책을 전담할 해양수산비서관 인선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부산 현안 해결에 무게추를 두고 있는 만큼 부산에서 인지도가 있고 정무 능력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역 정치권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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