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타바이러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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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동물 매개 바이러스의 위력을 절감했다. 코로나19는 박쥐가 갖고 있던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인 야생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감염된 경우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박쥐 바이러스가 각각 사향고양이와 낙타를 통해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번엔 설치류를 매개로 한 한타바이러스 감염병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쥐, 들쥐 등 설치류의 침과 소변, 배설물 등을 통해 전파된다. 주로 설치류 배설물이 건조된 뒤 부서지며 공기 중에 확산한 바이러스를 인간이 흡입하는 방식으로 감염된다. 고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1928~2022)가 한탄강 유역에 사는 등줄쥐를 조사하는 과정에 세계 최초로 발견, 국제 공인을 받았다. 유럽·아시아에서는 주로 신장에 영향을 주는 신증후군출혈열(HFRS) 발병이 잦고, 미주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폐와 심장, 호흡기 손상을 동반하는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HPS)이 많은 편이다. 이번에 대규모 감염 우려를 높인 바이러스는 HPS를 유발하는 안데스 변종 바이러스로 분류된다. 밀접 접촉을 통해 사람 간에도 전파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최근 23개국 승객·승무원 150명을 태운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에서 안데스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네덜란드 부부와 독일인 1명 등 3명이 숨지면서 한타바이러스 감염 문제가 본격 부각됐다. 이후 미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접촉자 추적과 격리에 나섰으며, 미국에서는 최소 18명의 탑승객이 귀국 후 격리·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에서 성인 한 명이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네덜란드 크루즈선과 접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보건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문제는 다음 달 11일부터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3개국 16개 도시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된다는 점이다.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이동이 불가피한 월드컵을 계기로 한타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안데스 변종 바이러스 등 개최지 감염병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 상황이다. 한타바이러스는 상업성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주변 환경 청결 유지, 철저한 손 위생 관리, 쥐 서식 환경 차단 등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예방 수칙을 준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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