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5·18 폄훼 ‘탱크데이’ 마케팅 파장 일파만파(종합)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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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 대국민 사과…미국 본사도 진화나서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임원 경질…관계자 모두 중징계

19일 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19일 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연합뉴스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막장 행태”라며 강하게 비판하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데 이어 미국 스타벅스 본사까지 나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스타벅스 본사는 19일 <부산일보>가 보낸 질의서에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한국에서 용납할 수 없는 마케팅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특히 희생자와 가족, 그리고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모든 분들께 깊은 아픔과 모욕감을 안겨드린 것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희(스타벅스 본사)도 이 사안을 최대한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며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강력한 내부 통제, 검토 기준, 그리고 전사적인 교육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 회장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이 신세계그룹 회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스타벅스 코리아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이로 인해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면서 사과했다.

정 회장은 “이번 사안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오신 모든 분들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고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제게 있음을 통감한다”면서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와 승인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의 사과에 이어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김수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이날 오전5·18기념재단과 부상자회 등 오월단체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광주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았지만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오월단체들이 “보여주기식 사과”라며 만남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18일 자사 앱을 통해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판매하며 5월 18일을 탱크데이로 지정하고 마케팅했다. 이를 두고 ‘탱크’라는 표현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와 전두환 신군부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책상에 탁!’을 컬러 탱크 텀블러 세트, 탱크 듀오 세트의 홍보 문구로 활용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발표했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 캠페인을 곧장 중단했고, 신세계그룹은 지난 18일 오후 스타벅스 코리아 손정현 대표를 경질했다. 또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한 담당 임원도 책임을 물어 해임했다. 이어 논란을 일으킨 책임자와 관계자 모두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에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날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 회장이 회장 직에 오른 이후 사상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문까지 낸 것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그룹 위기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 법인인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의 콜옵션 조항 발동이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2021년 7월 미국 스타벅스 본사 법인인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로부터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를 추가로 인수해 총 67.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이 쥐고 있는 콜옵션에는 이마트의 귀책사유로 해지되는 경우 이마트의 주식 전량을 공정가치에 비해 35% 할인된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타벅스 경영권이 본사로 넘어갈 경우 신세계그룹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조 2380억 원이다.

또 신세계그룹이 광주광역시 어등산 부지에 조성 중인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사업도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이마트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는 2030년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1차 오픈, 2033년 최종 오픈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숙명여대 서용구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의 주체인 MZ세대는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하는 기업을 못 견뎌 한다”며 “원료의 선택, 파트너 협력업체 선정 등 모든 것에 대해 ‘윤리 경영’을 적용해야만 하고 윤리적이지 않으면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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