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서부산을 향한 낡은 렌즈를 거둘 때
최근 지인으로부터 사하구는 공단 지역이라 산책할 곳이 없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 쓴웃음이 났다. 부산 내부에 여전히 공고한 동서 격차의 인식이, 2026년의 서부산을 70~80년대 산업지대로만 머물게 하고 있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하의 하늘과 길은 과거와 적지 않게 달라졌다.
사하구는 부산 경제의 뿌리인 신평·장림 산업단지의 본거지다. 그러나 이곳은 이제 서부산스마트밸리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굴뚝 연기가 피어오르던 자리는 AI와 ICT 기술이 채워지고 있다. 올해 말 완공될 통합관제센터는 지능형 CCTV와 자율주행 로봇이 화재와 침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기반이 될 예정이다. 이제 산단은 기피 대상이 아닌, 첨단 인프라가 집약된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하의 또 다른 변화는 길 위에서 드러난다.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하단에서 다대포까지의 하구 일대는 이제 시민들이 찾는 휴식 공간이 됐다. 강변 산책로와 승학산 억새, 몰운대 해안길은 도심 공원과는 또 다른 여유를 전한다. 디지털 트윈으로 관리되는 환경 아래, 해 질 녘 다대포의 풍경은 그동안 가려졌던 지역의 가치를 다시 보게 한다. 길 위에는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과 러닝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지역을 향한 낙인은 인프라 확충과 정책적 관심을 가로막는 무형의 장벽이 되기도 한다. 서부산의 변화는 부산의 균형 발전을 완성해 가는 중요한 한 축이다.
낡은 인식만으로는 지금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사하의 길을 한 번쯤 직접 걸어보면, 공단 이미지 너머로 자연과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또 다른 부산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영은·부산 사하구 신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