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엘시티와 까르띠에
최세헌 편집국 부국장
부산시장 선거 네거티브 격화
자극적·직관적인 유혹 선거판 혼탁
교육감 선거 사법리스크·단일화뿐
〈부산일보〉, 네거티브·가십성 지양
공정 중립으로 정책 검증 보도 주도
엘시티와 까르띠에.
6·3 지방선거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면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상대방을 공격하는 키워드다.
네거티브는 자극적이고 직관적이다. “그래서 까르띠에를 받았냐. 안 받았냐” “그래서 엘시티는 왜 안 파냐. 언제 팔 거냐”. 이게 요지다. 이해하기 아주 쉽다. 자신의 일상에 바쁜 정치 저관여층 유권자들에겐 이보다 더 어필하기 좋은 주제 거리는 없다.
그래서 ‘네거티브는 안 할 거다’라는 후보들도 막판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한 번쯤 유혹에 빠진다. 2, 3등 후보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먹잇감은 없다.
전재수와 박형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는 극좌와 극우가 아닌 비교적 합리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선거 초반엔 그래도 신사적인 이미지에 걸맞게 상대방에 대한 비난보다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북항의 돔야구장, 영도 아레나 등은 신선했다. 언론은 물론 부산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하지만 이들도 정치인이다. 선거가 정점에 달할수록, 판세가 접전일수록, 강렬한 네거티브라는 자극제가 필요했다. 이들 선거 캠프에서는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겠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새로운 팩트가 나오는 것도 아닌, 그저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하는 약점을 잡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다.
부산 시민의 입장에선 슬프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라는 말로 위안받기에는, 이 같은 법적 혹은 도덕적 결함이 없는 인사가 부산시장 후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부산시장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지는 부산시교육감 선거다. 현재 출마한 후보 3인 모두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아직까지 별다른 공약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시교육감 선거의 키워드는 사법리스크와 단일화뿐이다.
유권자들이 평가할 게 없다. 누가 당선돼도 법원 판결에 따라 재보선을 치러야 한다는 현실과 교육감 선거마다 항상 따라다니는 각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단일화에 이제는 식상을 넘어 염증을 느끼게 된다. ‘부산에 이토록 인재가 없나’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국회의원 북갑 재보선은 또 어떠한가. ‘진짜 북구 사람’이 누구냐는 정체성 논쟁부터 ‘손 털기’ ‘카메라맨 꽈당’ 등 가십성 보도가 주를 이룬다. 나아가 빼놓을 수 없는 단일화 이슈만 매일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면서 유권자들의 진을 빠지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투표를 안 할 수는 없다. 어쨌든 선택해야 한다.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해서, 또다시 ‘정책을 보라’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라’는 원론적인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최근 몇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보듯이 일 못하는 사람과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효용성은 이미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이 때문에 〈부산일보〉는 6·3 지방선거 보도에서 ‘정책 검증’에 천착하고 있다. 각 후보자의 네거티브 언사, 가십성 기사, 단일화 이슈보다는 정책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지면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지방선거를 정책 선거로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어떤 중앙지나 지방지보다도 많은 지면을 지방선거에 할애하고 있다.
‘블라인드 정책 오디션’ ‘PK 기초지자체 격전지 분석’ 등 각종 기획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유권자들의 바른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또한 ‘HMM 반쪽짜리 본사 이전 우려’ ‘오페라하우스의 라 스칼라 공연 논란’ 등의 보도로 각각 전재수·박형준 후보의 경제·문화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선거판을 흔드는 화두를 제시했다.
물론 이 같은 보도로 양측 캠프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고 때로는 각 진영을 지지하는 독자들로부터 〈부산일보〉의 정파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기사 댓글은 온갖 정치색을 띤 말로 도배되기도 한다. 하지만 〈부산일보〉는 후보들의 말만 그대로 따라 쓰는 ‘받아쓰기’ 언론이 아니다. 〈부산일보〉의 모든 기자들은 공정 중립을 지향하며, 어느 당파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자극적인 기사 대신 정책을 검증하는 기사는 일견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어느 당파에 치우치지 않는 기사는 일부 독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미래를 이끌 지방선거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부산일보〉를 보라. 〈부산일보〉의 정책 검증 기사를 읽으면서 선택의 순간에 조금이나마 도움받기 바란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결국 남는 것은 엘시티와 까르띠에뿐이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