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문화시선] '작은 미술관'도 도시 숨결
문화부 선임기자
대구 수성구의 ‘스페이스 들안’(가칭)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경남 거제의 해조음 미술관 실내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서울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부산 중구의 복병산작은미술관.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구립(또는 공립)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경남 거제의 해조음 미술관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비록 임시적 선택에서 출발했지만,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미술관으로 전환했다. 해조음 미술관은 현재 부산·경남 작가들의 작품을 시대별로 정리해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시도 자체가 이미 의미가 있다.
대구 수성구의 ‘스페이스 들안’(가칭)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대구 수성구의 ‘스페이스 들안’(가칭)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대구 수성구의 ‘스페이스 들안’(가칭)은 이러한 흐름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킨 사례다. 주택과 도심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한 이 프로젝트에는 약 41억 원의 공공 예산이 투입됐다. 지하에는 수장고와 전시 공간을 확보하고, 지상에는 사무 공간을 배치해 기존 주택 개조 미술관이 안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보완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이 과정 전반을 구청이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공간 재생을 넘어, 지역 문화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구축하려는 행정의 의지가 읽힌다.
경주 더안미술관 1층 실내 와이드샷. 지금은 박동수 개인전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가 열리고 있다. 더안미술관 제공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앙리 프랑수아 드바이유 방한 소식을 듣고 돌아본 경주의 더안미술관은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전통 한옥 구조를 기반으로, 200년 된 고택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었는데 전시와 컬렉션이 남달랐다. 설립자인 백진호 관장은 한의원과 미술관을 하나의 철학 아래 묶는다.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의학과 감각과 내면의 균형을 일깨우는 예술은 하나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공립 미술관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작은 미술관’이 어떤 깊이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부산으로 향한다. 부산은 공·사립을 통틀어도 미술관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형 미술관의 유치와 운영에만 시선을 둘 것이 아니라, ‘스페이스 들안’과 같은 방식의 소규모 공공 미술관을 적극적으로 실험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문화적 위상은 몇몇 상징적 건축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골목과 생활권 곳곳에 스며든 작은 공간들이 도시의 호흡을 만든다.
대형 미술관이 막대한 예산과 관람객을 전제로 안정적인 기획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작은 미술관’은 그보다 훨씬 가볍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실험적인 전시, 지역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조명, 동시대 담론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이런 공간에서 더 잘 가능하다. 물론 전제는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기획 예산을 포함한 안정적인 재원 구조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짓는 일’이 아니라 ‘지속하는 일’이다. 부산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