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요구 외주 급식업체 교섭권 인정한 경남지노위, 정작 ‘사용자성 판단’은 안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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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웰리브지회 제기
‘교섭요구 노조 공고 이의신청’ 인용
사 측 ‘교섭 내용 자의적 변경’ 지적
‘사용자성 판단’은 현 단계선 부적절
정작 중요한 쟁점 ‘회피 꼼수’ 지적
한화오션 “결정문 검토 중, 쟁점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심 여부 결정”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제공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제공

속보=‘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내세워 원청에 추가 성과급을 요구하는 외주 급식업체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하는 취지 결정으로 논란을 자초한 고용노동부 산하 경남지방노동위원회(부산일보 4월 28일 자 11면 보도)가 정작 판정 근거가 될 ‘사용자성 판단’은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질은 제쳐두고 절차를 꼬투리 잡아 노조 무리한 주장을 수용한 것인데,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객관적 판단과 합리적 기준을 제시해야 할 기관이 책임 회피성 판정으로 되레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거세다.

1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지노위는 앞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웰리브지회가 한화오션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공고 이의신청 사실의 공고’ 시정 신청에 대한 결정문을 지난 15일 양측에 발송했다. 결정문에는 한화오션이 금속노조 교섭요구 내용을 공고하는 과정에 드러난 문제점과 신청을 인용한 이유 등이 담겼다.

결정문을 보면 한화오션은 지난 3월 금속노조가 제출한 교섭요구 내용인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170명, 웰리브지회 450명’ 중 웰리브지회 소속 조합원을 제외하고 하청지회 170명만 공고했다. 웰리브는 하청지회가 소속된 사내 협력사와 달리 원청 종속형 하청업체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실제 웰리브는 연 매출 1200억 원 상당에 자체 인력과 조직, 수익구조를 갖춘 중견기업이다. 한화오션뿐 아니라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권 홈플러스 매장과 파나시아, 예천군청 등 전국 50여 사업장에서 입찰을 통해 단체급식이나 수송·시설관리 업무를 수탁하고 있다.

반면 경남지노위는 사 측이 교섭요구 내용을 자의적으로 변경해 공고한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사 측에 교섭을 요구한 이상, 사 측은 조합원 중 일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면 금속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교섭 요구 주체는 웰리브지회가 아닌 금속노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웰리브지회가 금속노조 하부조직으로 노조 설립 신고를 하지 않은 데다, 독자적 규약이나 집행기관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다.

그런데 최대 쟁점으로 지목된 ‘사용자성 판단’에 대해선 현 단계에서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경남지노위는 “지금 사용자성을 판단할 경우, 결과에 따라 어느 일방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및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등의 법적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절차의 장기화를 초래할 뿐, 노사관계 안정화와 단체교섭 촉진의 측면에서 결코 타당하지 않다”고 짚었다.

하지만 사용자성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한화오션이 실질적 사용자로 작업시간, 노동자 인력 배치나 휴게시간 등 근로조건에 실질적 결정권을 제약하는 ‘구조적 통제’를 행사하고 있는지다. 그러나 통상적인 도급계약에서 나타나는 업무 지시나 조정은 계약상 관리 수준일 뿐 구조적 통제로 보지 않는 게 일반적인 법 해석이다. 노동부 지침 역시 급식업체에 ‘식사 시간에 맞춰 조리·배식을 해달라’는 수준의 요구는 일반적 지시권일 뿐, 사용자성 인정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웰리브 전국 급식사업 현황. 회사소개서 캡처 웰리브 전국 급식사업 현황. 회사소개서 캡처

이 때문에 산업계 안팎에선 경남지노위가 사실상 ‘판단 회피’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사회적 후유증이 부담스러워 절차에 대한 자의적 결정만 하고, 사용자성 여부 같은 정작 중요한 쟁점은 중앙노동위원회로 미루는 ‘꼼수’를 택했다는 것이다.

웰리브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원하청 상생안에 따른 성과급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협력사 노동자 1만 5000여 명에게 원청과 동일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웰리브 노조는 자신들도 생산에 일정 부분 기여한 만큼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직접 생산과 무관한 독립 사업체까지 경영 성과를 공유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거부했다.

경남지노위 결정을 두고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은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식이면 예를 들어 백화점 매장을 빌려 입점한 시계 수리점 직원들까지 백화점 사장과 교섭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면서 “급식 노동자는 급식업체 사장과 계약한 사람들이다. 원청이 개입할 영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게다가 웰리브 노조 요구대로라면 조선업뿐만 아니라 건설, 자동차 등 도급 구조 기반의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일자리를 빼앗는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기업이 외주를 줄이면 하청 노동자 일자리도 덩달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보고서를 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에서 파견·용역 등 소속 외 근로자는 2023년 72만 4331명에서 지난해 66만 4845명으로 8.2% 줄었다. 이번처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외주 축소 흐름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화오션은 경남지노위의 이번 인용 결정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사용자성 판단없이 금속노조의 시정신청에 대해서만 인용했다”면서 “법리적 쟁점과 결정으로 인한 파급효과, 외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심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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