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 KDDX 수주전 변곡점…HD현중 가처분 기각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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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
HD현대중공업, 방사청 상대
‘경쟁사 자료 제공 금지’ 신청
“영업비밀 포함” 주장 배척

보안사고 감점 불확실성 여전
한화오션 유리한 고지 분석도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부산일보DB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부산일보DB

7조 8000억 원 규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프로젝트 승자를 가를 또 하나 변수가 발생했다. 7월로 예상되는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발표를 앞두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수주전이 치열할 상황에, HD현중이 자사가 진행한 KDDX 기본 설계 자료를 한화오션에 공개하지 말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HD현중에 대한 ‘보안사고 감점’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는 전날 HD현중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RFP) 배포 및 자료 공유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초의 국산 이지스구축함이다. 선체부터 이지스 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다. 방사청은 7조 8000억 원을 투입해 6000t급 미니이지스함 6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통상 함정 건조는 1단계 개념설계, 2단계 기본설계, 3단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4단계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한다. 앞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2023년 12월 기본설계가 완료돼 지난해 3단계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논쟁에 하세월 하다 지난 12월 ‘지명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KDDX 방산업체로 지정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경쟁해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부산일보DB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부산일보DB

그런데 지난 3월 방사청이 RFP를 배포하면서 HD현중이 만든 기본설계 자료 70여 건을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대여 형식으로 배부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HD현중은 방사청이 대여한 기본설계 자료 중 최신 공법·신기술·가격 등 12개 항목(최종 14개)이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공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HD현중은 “기본설계 결과물 중 일부에는 입찰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신 공법, 신기술, 제품 사양 등에 자사 영업비밀이 포함돼 심각한 불공정 경쟁이 우려된다”면서 “이는 RFP 작성에 필요한 자료가 아닌 데다, 사업자 선정 이후 공유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방사청은 참여 업체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제출한 자료와 이 자료에 대한 권리 등은 국가에 귀속된다고 맞섰고, 법원도 방사청 손을 들어줬다.

방사청은 법원 판단을 환영하며 절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이번 결정은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정부 소유자료 등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그 절차적 적법성과 공정성을 법원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적법하게 KDDX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HD현중은 유감의 뜻을 전했다. HD현중 측은 “법원 결정을 존중하나 당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이 경쟁사로 넘어갔다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국가사업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부산일보DB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부산일보DB

이로써 기본설계 자료 공유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HD현중의 보안사고 감점 이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앞서 HD현중 직원 9명은 KDDX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8명은 2022년 11월에, 나머지 1명은 2023년 12월에 유죄가 확정돼 각각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방사청은 보안사고 감점 규정을 근거로 HD현대중공업에 무기 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2점을 감점하기로 했다.

두 사건을 동일한 사건으로 보고 감점 적용 기한은 최초 유죄 확정일인 2022년 기준으로 3년간인 2025년 11월까지로 정했다.

그런데 최근 내부 법률 검토를 진행한 결과 기밀의 종류나 형태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 두 사건을 분리하기로 하면서 감점 기간이 올해 12월까지로 1년 연장됐다.

2023년 12월 마지막 형이 확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보안 감점을 다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소수점 단위로 승패가 갈리는 방산 수주전에서 이 감점은 치명적이다.

발표 직후 HD현중 측 반발이 거세자 방사청은 향후 제안서 평가 시점에 보안 감점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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