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사 먹지 마라, 30분이면 된다”... 엄마의 손맛이 브랜드가 된 이유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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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

“사 먹지 마라. 30분이면 된다.” 배달 음식과 간편식이 ‘뉴 노멀’이 된 시대, 엄마 장금자 씨의 일갈은 서늘하면서도 따뜻하다. 신간 <딸에게 주고 싶은 금자씨 레시피>는 40년 넘게 가족의 끼니를 지켜온 엄마의 손맛과 그 가치를 ‘브랜드’로 빚어낸 마케터 딸 손하빈의 진심이 만난 기록이다. 이 책은 “나이 든 엄마의 요리를 더 이상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딸의 애틋한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딸은 엄마가 ‘엄마’라는 역할 뒤에 숨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홍제동에 ‘금자씨 부엌’이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1분 만에 한 달 치 예약이 마감될 만큼 뜨거웠던 반응은 특별한 비법이 아닌 ‘정성’이 가진 힘을 증명했다. 책에는 자취생과 취준생의 마음을 어루만진 44가지 레시피가 담겼다. 거창한 요리가 아니다. 냉장고 속 기본 재료로 30분이면 뚝딱 차려낼 수 있는 건강한 한 상이다.

금자씨에게 요리란 곧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요리를 하면, 나를 위한 요리는 저절로 된다”는 그의 철학은 집밥의 본질을 꿰뚫는다. 직접 짠 기름에 땅콩과 견과류를 더한 ‘맛나기름’, 향긋한 버섯밥, 30년 실패 끝에 완성한 된장덮밥까지. 책 곳곳에는 자식에게 아낌없이 먹이고 싶은 엄마의 고집이 서려 있다.

배달 앱을 뒤적이며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보다 짧은 30분. 그 시간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타인에게 맡겼던 내 삶의 주도권을 주방으로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다. 오늘 저녁, 나를 위해 정성껏 간을 맞추는 행위가 곧 나를 아끼는 최고의 대접이 아닐까. 촌스럽다며 부끄러워했던 ‘장금자’라는 이름이 당당한 브랜드가 되었듯, 우리의 평범한 집밥도 가장 특별한 위로가 될 수 있다. 엄마 장금자·딸 손하빈 지음/세미콜론/244쪽/2만 2000원.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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