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00억 원대 ‘세원 누수’ 거제시 공무원이 막았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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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과 서창순 팀장
농지전용 환급금서 체납금 선공제
‘징수촉탁형 채권압류’ 기법 개발
감사원 “행안부·국세청 도입해야”

지방재정 혁신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거제시 납세과 서창순 팀장. 서 팀장은 ‘농지보전부담금 환급금’이 체납자에게도 아무런 제재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해 환급금에서 체납액을 징수할 수 있는 ‘징수촉탁형 채권압류’ 지방재정 혁신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거제시 납세과 서창순 팀장. 서 팀장은 ‘농지보전부담금 환급금’이 체납자에게도 아무런 제재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현실에 주목해 환급금에서 체납액을 징수할 수 있는 ‘징수촉탁형 채권압류’

경남 거제시가 전국적으로 연간 1500억 원 상당의 혈세가 새 나가던 조세 행정 허점을 찾아내 틈새를 메울 새로운 징수 기법까지 개발했다. 한 납세 담당 공무원의 남다른 문제의식과 끈질긴 해결 노력 그리고 지자체 지원이 더해진 이 기법은 최근 감사원 조사 과정에 실효성이 입증되며 정부 기관과 전국 지자체가 도입해야 할 ‘표준 모델’이 되고 있다.

지방재정 혁신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주인공은 거제시 납세과 서창순 팀장이다. 서 팀장은 2023년 세외수입 체납 처분 과정에서 ‘농지보전부담금 환급금’이 체납자에게 아무런 제재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농지보전부담금은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 내는 세금인데, 허가가 취소되거나 전용 면적이 줄어들면 그에 맞춰 환급해 준다.

문제는 이 환급금이 체납 관리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세금이나 과태료를 안낸 체납자도 농지 전용을 포기하면 체납액 징수 없이 환급금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거제시 자체 조사 결과, 이로 인해 체납 징수 없이 환급되고 있는 혈세가 전국적으로 연간 1500억 원 상당에 달했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 제공

이에 서 팀장은 환급금을 ‘압류 가능한 채권’으로 재정의하고 실무 절차를 체계화해 ‘징수촉탁형 채권압류’ 기법을 완성했다. 핵심은 ‘데이터 매칭’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지보전부담금 환급 대상자 명단’과 지자체의 ‘지방세·세외수입 체납자 명단’을 대조해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동안 두 기관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돼 체납자가 환급받는지 알 수 없었다. 이후 징수 부서에서 공사에 환급금에 대한 ‘채권 압류 통지’를 보내 개인 인출을 막고, 압류된 환급금 범위 내에서 밀린 세금이나 세외수입을 우선 공제(추심)해 지자체 재정으로 귀속시켰다.

이를 토대로 그해 세외수입 체납액 등 1억 9000만 원을 징수한 거제시는 이듬해 징수 분야를 지방세로 확대하고 경남도내 18개 시군과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도입을 건의하며 실태를 알리고 실행력을 높였다. 여기에 거제시는 전자압류시스템 구축 전까지 공백을 없애려 작년 1월부터 전국 지자체에 실무를 지원했다. 또 서 팀장이 직접 제안한 ‘지방세기본법’ 시행령 개정안(과세자료 범위 확대)을 경남도와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

거제시 분석 자료를 보면 이 기법이 전면 시행될 경우, 매년 620억 원 이상의 지방세와 세외수입 체납 채권 확보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징수촉탁 수수료 등을 통해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지자체 세입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시 제공 거제시 제공

일련의 노력은 마침내 올해 결실을 봤다. 최근 발표된 감사원의 ‘파주시·양주시 정기감사’ 결과를 통해 정당성과 시급성이 증명됐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5년간(2020~2024년) 7543억 원, 연평균 1509억 원의 농지보전부담금 환급금이 정보 공유 미비로 인해 세원 누수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안부와 국세청 거제시가 제안한 ‘징수촉탁형 채권압류’ 기법국가 행정 시스템에 정식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서 팀장은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다수의 시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한 게 공정한 세정질서 확립에 기여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면서 “거제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큰 물결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제시 하정현 납세과장도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고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며 “중앙 부처의 후속 조치가 조속히 완료돼 대한민국 전체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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