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 찾기 전쟁’, 여기서 결판난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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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맞춤법 때문에 전화했습니다/이현영
국립국어원 상담실 365일 노동기
맞춤법에 유난히 민감한 한국 사회
오기는 자주 교양 부족으로 해석돼
한국어 모든 질문 답해야 하는 이들
못 말리는 국어 사랑 열정과 애환

한국 사회는 유난히 맞춤법에 민감하며 교양 수준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국 사회는 유난히 맞춤법에 민감하며 교양 수준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국 사회는 유난히 맞춤법에 민감하며 교양 수준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국 사회는 유난히 맞춤법에 민감하며 교양 수준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국 사회는 유난히 맞춤법에 민감하며 교양 수준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국 사회는 유난히 맞춤법에 민감하며 교양 수준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국 사회는 유난히 맞춤법에 민감하며 교양 수준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국 사회는 유난히 맞춤법에 민감하며 교양 수준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국 사회는 유난히 맞춤법에 민감하다. 표기 하나 틀리는 것이 줄곧 교양 부족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썸을 타던 사람이 순식간에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바뀌는 순간은 맞춤법을 틀렸을 때다”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수많은 사람이 댓글로 자신의 사례를 인증하며 이 같은 주장이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개 기억나는 댓글을 보면 “감기 빨리 낳으세요” “어의가 없어요” “저한테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세요” 등이 있다.

언론사 기사 역시 오타가 발견되면 신뢰도가 확 떨어지며 이를 조롱하는 댓글이 줄줄이 이어진다.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는데 기자라는 직업을 가질 수가 있느냐”부터 한순간 ‘기레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사람이 노래를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듯이 누군가는 맞춤법에 강하고 누군가는 약할 수 있다. 그런데 맞춤법 앞에서는 이상하리만큼 많은 사람이 긴장한다. 마치 한국 사회의 구성원 전부가 표준 이상의 맞춤법 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듯 많은 이들이 스스로 일정 수준 이상의 언어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을 느낀다.

왜 사람들은 맞춤법에 이토록 예민할까. SNS시대의 소통은 얼굴 없이 글로 먼저 이루어진다. 우리는 상대를 보지 못한 채 상대의 문장을 먼저 본다. 문장이 곧 그 사람이며, 맞춤법은 그 사람의 기본값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글자 하나가 삐끗하면 그 삐끗함 너머로 사람 자체가 흐릿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국립국어원 국어상담실 10년 차 베테랑 상담연구원이다. 매일 전화, 온라인 게시판, 카톡 등 3개 창구로 쏟아지는 국어 사용 관련 질문에 답을 준다. 한 해 세 창구를 합해 평균 20만 건의 문의가 온다. 11명의 상담원은 이 많은 질문에 근거를 바탕으로 답해야 한다. 같은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사용되는지까지 고려해야 하니 쉽게 넘어가는 질문이 없다. 질문 1개를 두고 연구원끼리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연구원의 상담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말, 신조어, 외래어 영역까지 넘나든다. 연구원들은 정기적으로 학생 교과서 어문 교열도 한다. 몇 년 전 저자는 중학교 과학 교과서를 맡았다. 침 속의 효소를 뜻하는 말로 ‘아밀레이스’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아밀라아제’가 맞는 것이 아닌가 싶어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으니 역시나 표준어로 표기돼 있다. 출판사 담당자에게 확인하니, 2022년도 개정 교육과정에 ‘아밀라아제’를 ‘아밀레이스’로 수정 보완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밀라아제와 아밀레이스 모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와 있다. 차이가 있다면, 요즘 학생들은 아밀레이스는 알아도 아밀라아제는 모른다는 사실이다.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되었을 때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동안 ‘자장면’만 사용했고, ‘짜장면’은 틀렸다고 믿은 이들에게 이 같은 변화는 교양, 정체성의 문제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짜장면’이라고 말해도, 나만은 고상하게 ‘자장면’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언어는 규범 이전에 삶이기 때문에 현장의 사용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고급요리의 대명사인 바다가재의 표준어가 ‘로브스터’였다가 나중에 ‘랍스터’도 인정한 것처럼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낡은 규범에 갇혀 말의 맛을 포기하기보다, 대중의 말맛을 믿고 인정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상담 사례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듯하다. 이 책은 올바른 맞춤법 사용에 관한 책은 아니다. 표준어 사용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질문에 답하느라 화장실 갈 시간조차 아끼는 언어기술노동자의 노동기이자 독자들이 언어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모두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서로의 실수를 조용히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맞춤법이라는 규범은 소통을 돕기 위한 도구일 뿐,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줄 세우기 위한 잣대가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 글자가 곧 사람이 될 필요는 없으며 글 너머에 있는 마음에 집중해 주길 부탁한다. 이현영 지음/한겨레출판/224쪽/1만 7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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