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경남 창원 택시기사 살인 사건 재조명 이유는
피고인 “허위 자백해 누명” 주장
창원지법 재심 개시 여부 판단 중
16일 기일에 핵심증인 출석 예고
경찰이 작성한 2009년 경남 창원 택시기사 살인 사건 보고서 일부. 범인으로 지목된 보조로브 아크말 씨가 범행 도구를 구매한 소매점이라고 작성됐지만, 당시 소매점에서 공업용 커터 칼을 판매하지 않았다는 주민 진술과는 배치된다. 박준영 변호사 제공
법원이 2009년 경남 창원시 택시기사 살인 사건 재심 개시 여부를 검토하면서 17년 만에 해당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오는 16일에는 재심 개시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핵심 증인이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법조계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의 관심이 쏠린다.
오는 16일 창원지방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환) 심리로 강도살인 등 혐의로 복역 중인 보조로브 아크말(36·우즈베키스탄) 씨 재심 청구 사건 네 번째 심문기일이 열린다. 재심을 개시할지 판단하는 절차다.
아크말 씨는 2009년 3월 24일 경남 창원시 명서동에서 택시를 타고서 동읍 석산리로 이동해 흉기 등으로 50대 기사 A 씨를 공격한 다음 15만 원을 뺏고 명서동에 택시를 방치해 A 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2010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아크말 씨 측은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허위로 자백해 누명을 썼다며 지난해 재심을 청구했다. 아크말 씨 변호는 낙동강변 살인 사건 등 재심 사건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가 맡았다.
아크말 씨는 2009년 7월 다른 택시강도 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던 중 4개월 전 사건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에 따르면, 아크말 씨는 ‘3월 강도살인 사건을 자백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인 누나와 매형도 감옥에 보낸다’는 취지의 경찰 협박 때문에 범행을 자백했다. 사실상 유일한 사건 증거는 아크말 씨 자백이라, 경찰 협박이 사실로 인정되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도 석연치 않다. 실제로 경찰이 아크말 씨 자백과 실황 조사를 근거로 측정한 택시 이동 거리와 택시 타코미터(회전수 계측기) 기록은 6km가량 차이가 난다. 경찰은 자백과 타코미터 분석 결과가 차이가 나자 임의로 가상 이동 경로를 제시했고, 당시 법원에서 사실로 받아들였다. 아크말 씨 측이 짜깁기 수사를 주장하는 이유다.
경찰 거짓 보고서 작성 의혹도 논란거리다. 경찰은 당시 범행 흉기로 공업용 커터 칼을 지목했다. 당시 경찰은 자백 보고서에 명서동 한 소매점 주인 B 씨로부터 ‘공업용 커터 칼을 판매하고 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손님에게 판매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작성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명서동 주민을 대상으로 수소문해 당시 소매점에서 공업용 커터 칼을 팔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보고서와 배치되는 증언이다. 네 번째 심문기일에는 B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소매점을 그만둔 B 씨는 최근 신원이 확보됐다.
아크말 씨 측은 B 씨 등 핵심 증인 진술과 수사 결과 모순을 바탕으로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낼 계획이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