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의 기적’ 구마모토, 대지진 딛고 관광객 증가 1위 [규슈 나우]
올해 구마모토 대지진 10주년
원피스 작가 기부·동상 건립
5월까지 비공개 스케치 등 전시
지난달 20일 일본 구마모토 구마모토현립미술관에서 열린 '원피스 구마모토 부흥 프로젝트 10년전(展)'. 이번 전시에는 만화 속 장면 일부와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이후 복구 과정 등 총 600여 점의 사진 등이 전시돼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부산일보〉는 일본 규슈의 대표 지역 언론이자 자매지인 ‘서일본신문’에 파견된 손혜림 기자를 통해 앞으로 1년간 격주로 ‘규슈 나우’ 뉴스를 게재한다. 규슈 전역의 생동감 있는 소식과 일본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모습, 한일 문화 교류 등을 심도 깊게 다룰 예정이다.
2016년 4월 14일 오후 9시 26분, 규모 6.5의 강진이 일본 규슈 구마모토를 흔들었다. 잠잠해지나 싶던 찰나 이틀 뒤인 16일 새벽 1시 25분 최대 진도 7의 더 큰 지진이 강타했다. 구마모토 대지진은 3027명의 사상자와 주택·전기·가스·도로 등 인프라 파손으로 총 3조 7859억 엔에 달하는 피해를 낳았다. 그러나 약 10년 뒤, 구마모토는 지진의 아픔을 딛고 일본에서 관광객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지역이 됐다. 지역 출신 만화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치로의 기부를 계기로 피해 지역마다 캐릭터 동상 건립이 시작되면서 아픔을 나누고 서로를 지키는 동료 정신을 강조하는 ‘원피스’의 성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2일 구마모토현에 따르면 구마모토현립미술관에서 오는 5월 24일까지 ‘원피스 구마모토 부흥 프로젝트 10년전(展)’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만화 ‘원피스’ 주인공 캐릭터들인 밀짚모자 일당이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며 손목에 새긴 동료의 증표 ‘시루시(印)’다. 총 3개 관으로 구성된 전시관에는 대지진 피해 당시와 동상 제작기, 만화 속 명장면과 작가의 비공개 스케치 등 자료 600여 점이 전시됐다. 실물 대비 10분의 1 크기로 제작된 동상 초기 모형, 작가가 캐릭터의 표정이나 동작을 세세하게 피드백한 기록도 확인할 수 있다.
부흥 프로젝트의 시작은 고향의 비극을 목격한 오다 작가의 통 큰 기부. 대지진 직후 구마모토현에 ‘꼭 도우러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그는 같은 해 응원금으로 5억 엔을, 이듬해 고향기부금으로 3억 엔을 기부했다. 보답으로 구마모토현은 2018년 오다 작가에 현민영예상을 수여했고, 이를 기념해 만화 주인공 ‘루피’의 실물 크기 동상을 현청 앞에 설치했다. 이후 피해지마다 나머지 캐릭터 9명의 동상을 세우는 부흥 프로젝트 ‘밀짚모자 일당 히노쿠니 부흥 편’이 본격화했다.
활화산인 아소산이 있는 ‘히노쿠니(불의 나라)’ 구마모토에 밀짚모자 일당이 상륙해 각각의 특기로 재해지의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콘셉트다. 급식센터가 피해를 입은 마시키정에는 요리사 ‘상디’, 검도장이 피해를 입은 오즈정에는 전투원 ‘조로’의 동상을 세우는 방식이다. 각 지점에 한정판 피규어를 판매하고, 판매 수익의 일부는 구마모토현에 기부된다. 이 외에도 관광열차인 미나미아소 철도를 밀짚모자 일당의 배 ‘써니호’로 개조해 운행하는 등 도시 곳곳에서 만화 속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전시 개막식에서 만화잡지사 주간소년점프 사이토 유우 편집장은 “이 프로젝트는 오다 선생의 ‘아이들이 가장 웃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른들이 힘을 낸다’는 말로부터 시작됐다”며 “원피스의 이야기가 계속되듯 이 프로젝트도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구마모토의 미래와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전세계 만화 팬의 성지가 된 구마모토는 코로나 이후 관광객 증가율이 일본 전역서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2024년 일본 길찾기서비스 ‘나비타임’이 앱 이용자 위치 정보를 분석한 결과, 구마모토의 2019년 대비 관광객 증가율은 2.14배로 일본 전체 도도부현 중 1위였다. 동상이 있는 시정촌으로 좁혀 보면 2.25~7.33배 증가했다.
구마모토현은 대지진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월부터는 구마모토 한정 프리미엄 카드 컬렉션 판매를 시작했다. 구마모토현 기무라 다카시 지사는 “앞으로도 원피스와 함께 구마모토현은 세계를 향해 변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