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보다 안타, 승진보다 대화… 행복은 강도 아닌 빈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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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행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오이시 시게히로


■인생은 행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오이시 시게히로

인기 많고 매력 넘치며 재능까지 갖췄던 한 대학 신입생이 있었다. 그는 활짝 웃거나 파티에서 신나 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곤 했다. 하지만 얼마 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말았다. 대체 자살 충동을 느끼면서도 왜 남들 앞에서 행복한 척하는 표정을 지어야 했을까.

<인생은 행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를 이해하려면 행복에 대한 정의가 우선이다. 과연 우리의 통념처럼 성공은 행복으로 이어지고, 실패는 불행을 낳는 것일까. 저자 오이시 시게히로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좋은 삶을 성공이라는 한 가지 기준에 따라 정의해온 나라다. 성공에 대한 이런 집착이 한국이 선진국이 된 이유다. 동시에 한국이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왜 그리 순위가 낮은지 설명해 주기도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에서 공부한 뒤 강의도 했고, 한국인 아내와 많은 한국인 동료가 있어 한국인을 비교적 잘 아는 사람이다.

행복 관련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은 긍정적인 사건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달려 있다. 야구의 타율에 비유한 게 절묘하다. 오르내리기 마련인 타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타의 빈도다. 내야안타는 홈런만큼 중요하다. 소소하지만 빈번하고 유쾌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거창하지만 드문 승진보다 더 빨리 장기적 행복을 키워준다는 이야기다.

이 책의 장점 중의 하나는 쉽고 재미있는 풍부한 사례다. 아무리 봐도 외계인 같은 야구선수 오타니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던 모양이다. 오타니는 2022년 시즌을 타율 1할 2푼 5리로 끔찍하게 출발했다. 어느 날 오타니는 또다시 안타를 치지 못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야구방망이에 심폐소생술을 했다. 흉부를 압박하고, 숨소리를 확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오타니의 행동에 동료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오타니도 ‘되살린’ 방망이를 들고 함께 웃었다. 장난기는 위기에 빠진 사람이 슬럼프를 벗어나 결과뿐 아니라 여정을 즐기게 해준다. 저자는 직장이나 가정에서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장난스럽게 행동해 보자고 제안한다.

행복=성공÷열망. 행복 공식은 무조건 외울 필요가 있다. 성공을 늘리거나 열망을 줄여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잠깐 책을 덮고 생각해 본다. 지금처럼 행복에 관한 책을 읽으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은 태도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NASA를 찾아간 존 F.케네디 대통령의 일화가 그걸 보여준다. 케네디가 우연히 만난 청소부에게 “무슨 일을 하세요?”라고 묻자 “인간이 달에 가도록 돕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책은 누구나 좋은 삶을 살 수 있으며, 좋은 삶은 행복이나 의미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수잔 케인은 <비터스위트>에서 “빛과 어둠, 탄생과 죽음, 달콤함과 씁쓸함은 영원히 짝을 이루며 슬픔과 그리움 같은 부정적 감정이 우리를 온전하게 만든다”라고 썼다. 때로는 절망하거나 불쾌할지라도 평소와 다른 경험을 하고 도전하며 새로운 뭔가를 배워야 풍요로워진다. 질 좋은 다크초콜릿은 달콤하지만 씁쓸하면서 심지어 짭짤하기도 하다. 한마디로 풍미가 난다. “꽃길만 걸어!”라고 덕담하지만, 사시사철 꽃이 피어 있으면 금방 지겨워진다. 오이시 시게히로 지음/신소희 옮김/위즈덤하우스/336쪽/2만 1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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