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올해는 달랐다'를 기대하며
김준용 문화스포츠부 기자
부산 야구 팬들이 ‘올해는 다르다’를 속는 셈 치고 다시 외치는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서운 기세로 시범경기 단독 1위에 오르고 여세를 이어 정규시즌 개막 2연전을 모두 이긴 롯데 자이언츠. 기대감은 다시 한번 커지고 있다.
올해는 정말 다를까. 야구 전문가들은 롯데를 올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하위권으로 분류한다.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은 없었고 전지훈련 불법 게임장 사태로 주전급 선수들이 전열에서 이탈했다. 다른 팀들이 내실 있게 전력을 보강한 것과 비교하면 어쩌면 당연한 예상이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는 야구의 오랜 격언이 정답임을 외치듯 롯데는 올해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고 있다. 거의 매년 시즌 초반 승률이 좋아 ‘봄데’라고 부르긴 하지만, 올 시즌 초반의 팀 분위기는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개막 시리즈 2경기에서 홈런 7개가 터지며 우승 후보 삼성 라이온즈를 완파했다. 지난해 팀홈런의 10%가 개막 2연전에서 나왔다. 9회말 위기에서 삼진을 연거푸 잡아내는 신인 투수도 등장했다. 2경기 만에 롯데의 상승세에 야구팬들과 전문가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시즌 초반 돌풍과는 다르다는 구체적인 분석들이 나온다.
위기는 누군가에게 기회가 됐다. 주전들이 빠졌고 새로운 선수가 기회를 포착했다. 지난해 고승민과 2루 경쟁을 했던 백업 내야수 한태양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FA 계약 이후 부진한 모습으로 계약을 마무리할 것 같았던 노진혁도 1루 글러브를 끼고 이를 갈고 있다. 신인 이서준과 2년차 이호준은 “미래 주전급 선수다”라는 감독의 칭찬을 발판 삼아 라인업 한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경쟁이 자연스럽게 팀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다”며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김 감독은 “요즘 애들은 잘할 때는 잘하는데 잘 안될 때 버티는 힘이 약해”라며 롯데의 지난 시즌 아픔을 에둘러 표현했다. 지난해 3위를 달리던 롯데는 8월 12연패를 당하며 무너져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다만, 지난해의 경험은 큰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분명 위기는 찾아올 것이다.
잘 안되더라도 팽팽한 경쟁 구도 속에 ‘내가 잘못해서 지면 어떡하지’하는 물러섬이 아닌 ‘내가 잘해서 위기를 넘자’는 시즌 초반의 정신을 발휘한다면 위기는 길지 않을 것이다. 그 위기를 넘는다면 가을야구는 더 이상 남의 집 잔치가 아닌 ‘사직 잔치’가 될 수 있다.
야구는 7번 실패하고 3번만 잘해도 박수를 받는 스포츠다. 3할 타자는 잘 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투수도 9회 중에서 3실점을 해도 좋은 투수다.
실패해도 된다.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위기를 넘어가는 힘. 올해도 안되겠네 하며 ‘하이고’ 하지 않는 한 해.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슬로건 ‘GO HIGH!’(높게 올라가다)를 팬들이 사직에서 크게 외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 소식을 기사로 전하며 첫 문장으로 ‘올해는 달랐다’라고 쓸 수 있기를.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