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ABC론' 활용법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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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발전에 정치권 경쟁해야
해양수도권·글로벌허브 가능
지방 미래·정파 이익 균형점은
결국 유권자 선택으로 판가름

지난 2년 부산 시민을 애달프게 했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글로벌도시법)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지방선거 앞두고 이렇게 쉽게 통과시킬 일, 지난 2년을 왜 허송해야 했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 상정된 북극항로특별법, 동남권투자공사법 등의 법안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글로벌도시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북극항로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공약하기 1년 전부터 국회에 발의돼 있었다. 국가 균형 성장의 축을 부산 등 동남권에 조성한다는 취지는 이 대통령의 공약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지역 여야 의원이 함께 발의한 이 법안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근 2년을 보냈다. 그 사이 여야도 바뀌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외면과 방기에 가로막힌 시간이었다. 국가와 공동체 발전을 도모하려는 새로운 법·제도는 오랜 기득권 세력의 저항 앞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평하게 바로잡는 일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것뿐 아니라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까지 포함된다.

여야 시장 후보의 경합이 없었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이 시점, 글로벌도시법 국회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지역 민심을 예측하기 어렵고 정당 간 승부가 엎치락뒤치락하면 유권자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 선의의 경쟁이 반복되면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

이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발의된 ‘북극항로특별법’과 ‘동남권투자공사법’ 국회 통과가 남았고, 해양수산 공공기관과 해운 대기업의 부산 이전을 이뤄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북극항로 공약에 부정적이던 국민의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도 법안을 냈고, 이달 말께 해수부의 ‘북극항로 개방 대비 상업 운항을 위한 경제성 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 심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동남권투자공사법은 속도가 더딘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경기 안양동안갑)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법안은 8월 한 차례 심의 후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겼으나 그 이후 심사가 멈췄고, 지난해 12월 같은 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아직 심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두 법안 모두 공사 자본금을 3조 원으로 상정했다. 공사의 주요 업무 범위로, 김 의원 안은 ‘투자, 신용 공여, 자산 인수 등의 방식으로 동남권 산업 개발·육성, 인프라 확충, 기업 지원 등의 자금 공급 업무’를, 민 의원 안은 ‘금융·투자 지원, 산업 연구·컨설팅, 인프라 개발, 동남권 기업 및 벤처·스타트업 투자·융자’를 공사 주요 업무 범위로 삼아 대동소이하다. 지역 산업 재편과 대전환에 마중물이 필수적이기에 이 법 또한 신속한 심사와 통과가 필요하다.

효능감을 강조하는 정치권 기조에 맞춰 ‘해양수도권 조성’이라는 국정과제가 조속히 달성되도록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AI) 같은 새 기술과 산업은 법이 앞서기 어려워도, 수십 수백 년 굳어진 기득권을 타파하는 일은 법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몇몇 법만으로 만족할 수도 없고, 두터운 관행의 벽과 기득권 고리를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뚫고 끊어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ABC론’으로 보면, 지역(국가) 발전을 추구하는 A,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B, A와 B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C가 있다 치자. A와 B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 정파가 내건 공약이라서 지역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법안도 지연·무산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공천이라는 목숨줄과 복잡한 여의도 문법 앞에 지역 유권자 목소리가 짓눌리기 십상이다.

이럴 때 A형 유권자들이 현명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도시법 통과는 내 덕분이다’, ‘해사중재법원 유치는 내 공이다’ 이런 말에 휩쓸리거나, 아전인수 행태에 넌더리만 낼 일은 아니다. 그들의 지난 행적, 내거는 공약의 중장기적 효과를 꼼꼼히 따져, 조금이라도 A에 가까운 세력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럴 때 B에 쏠린 정치인들도 서서히 C형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다.

부산항 개항 150년, 해수부 출범 30년을 맞는 올해는 해양수도권과 글로벌허브도시 부산의 원년이기도 하다. 활력 넘치는 동남권의 시작은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만드는 정치에서 비롯된다. 법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역 발전의 중요한 틀과 계기인 것은 분명하다. 주권자로서 눈 부릅뜰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호진 해양산업국장 jiny@busan.com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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