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 금고 속으로 들어온 욕망과 풍경
‘아트-바운드 부산’ 4월 12일까지 금고미술관
카페와 미술관 경계 허무는 예술 실험
김지희·이지훈·조은아·이록 작가 참여
김지희 작가의 120호짜리 7개로 이뤄진 ‘영원한 금빛’(Eternal Golden, 2023)이 금고미술관에 설치된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예술과 미식은 떼려야 뗄 수 없다. 하지만 부산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1층 카페나 레스토랑은 고만고만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산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에 있는 에스프레소 바인 ‘까사부사노’(Casa Busano)는 예외라 할 만하다. 2024년 1월 부산근현대역사관이 개관한 이래 역사관 이상으로 많은 이들을 불러 모았고, ‘힙’(hip)한 원도심 명소가 됐다.
그 여세를 몰아 까사부사노가 부산근대역사관·SSP파트너스 공동으로 기획전을 마련했다. 지난달 17일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지하 1층의 금고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바운드 부산(Art-Bound Busan) 2026’이다. 서울을 기반으로 아시아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김지희 작가를 비롯해,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작가 이지훈, 조은아, 이록을 초대해 대표작을 선보인다. 올해는 준비 기간이 짧아서 4명의 초대 작가한테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독립된 금고 공간에서 도시의 기억, 일상의 풍경, 그리고 개인의 내밀한 서사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가시화한다.
‘영원한 금빛’(Eternal Golden)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지희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김지희 작가는 전통 재료를 사용한 팝아트풍의 강렬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내 개인전은 다소 뜸했다. 부산 전시는 2019년 ‘뮤지엄 다’ 개관전 이후 거의 7년 만이다. 특히 김 작가가 4년에 걸쳐 제작한 10m 가까운 대작 ‘영원한 금빛’(Eternal Golden, 2023)은 2024년 서울, 2025년 제주신화월드 전시에 이어 세 번째로 국내 공개한다. “데뷔한 지 18년이 됐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협업을 많이 했어요. 이번 전시 ‘캐피탈리즘, 욕망, 그 이후’는 금고미술관이라는 장소에 끌렸어요. 때마침 ‘선일금고’ 작업도 하고 있지만, 전시 공간의 개연성도 중요하니까요. ‘철창’(옛 금고 시설 활용)에 갇힌 ‘욕망’(작가의 작품 지칭)이라는 분위기도 재미있잖아요.” 김 작가는 근황으로 인물을 거쳐 동물로 나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엔 선글라스로 가린 욕망에 명화를 얹기도 하고, 풍경 작업 시리즈도 새로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지훈 작가의 대표작 ‘타임슬립-블루아워’ 시리즈가 설치된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조은아 작가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이록 작가의 작품. 김은영 기자 key66@
올해 부산대 박사과정에 들어간 이지훈 작가는 학위 청구전에 앞서 여는 전시를 앞두고 신작 공개를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작 ‘타임슬립-블루아워’ 시리즈로 대신했다. 전시 공간이 달라지니 느낌은 또 달랐다. 조은아 작가는 전통 산수 구조 안에 디저트와 도시적 구조를 병치해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공간을 형상화한다. 특히 이를 확장한 ‘하리보도 in BUSAN’ 등 11점을 선보인다. 조 작가는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바라만 봐도 조금 힐링이 되고 안식이 되는 ‘와유산수’(누워서(臥) 산수화를 보며 노닌다(遊)는 뜻)를 현대에 새롭게 해석했다고 할까요? 이번엔 부산이 주제여서 광안대교, 용두산공원. 금정산성 등이 포함된 걸 가져왔어요. 그림 보시다가 하리보(HARIBO)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록 작가는 날개, 꽃 등 자기만의 오브제로 비현실적이지만 순수한 감정의 언어를 색과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억을 줍는 아이’ 등 신작을 포함해 12점을 전시한다.
아티스트 굿즈들. 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까사부사노에서 판매 중인 아티스트 굿즈를 활용한 음료. 김은영 기자 key66@
한편 이번 기획전은 ‘아티스트 굿즈’에도 힘을 실어서 4호 금고방엔 굿즈만 따로 모았다. 에스프레소 잔과 머그컵은 핸드메이드 소품을 주로 만드는 부산 지역 공방에서 제작했다. 까사부사노를 운영 중인 문화의물결 FNC 박용원 대표와 SSP파트너스 홍동우 대표는 “작품을 감상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시민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오후 5시 입장 마감). 월요일 휴관. 문의 051-607-8000.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