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장 살해’ 피의자, 사이코패스 아니었다
‘사이코패스’ 평가 기준 미달
운항 심사 부진·퇴직 과정서 갈등
경찰, 내주 신상정보 공개 검토
범행 동기 규명 위해 수사 지속
전 직장동료인 50대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전직 부기장 김모씨가 2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부산검찰청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에서 함께 일했던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50대 전직 부기장이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찰청은 동료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부기장 A 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 결과 기준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사이코패스 진단평가는 범죄분석관들이 피의자 면담 등 관련 수사자료를 분석해 점수로 수치화해 사이코패스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20개 문항에 40점 만점이며 25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경찰은 사이코패스 진단검사와 별개로 A 씨의 정신건강 상태가 범죄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 중이다. 현재까지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유력한 범행 동기로는 A 씨가 항공사 재직 기간 동안 반복된 심사 과정의 부진과 퇴직 이후의 소송 등을 겪은 점이 거론된다.
A 씨는 재직 기간 조종사(부기장) 정기 심사평가에서 불합격했고, 재심사를 거쳐 합격한 이력이 있다. 기량 심사 탈락 이력이 남으면 특별관리 대상에 포함되고 이후 자격 유지나 승급 일정, 타 항공사 재취업에도 불리한 요소가 된다.
A 씨는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50대 B 씨를 비롯한 기장 4명이 자신의 평가 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인지하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조종사의 경우 기장이 부기장을 교육, 평가하는 구조인 까닭에 이들이 자신의 박한 평가에 관여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A 씨가 2022년 병가로 휴직을 낸 뒤, 복직 과정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항공신체검사에 통과하지 못하자 공사 출신 선배 기장들에 대한 피해의식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부산에서 과거 동료로 일했던 기장 B 씨를 살해하고, 창원으로 이동해 C 씨를 노렸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어 울산으로 도주했다가 약 14시간 만에 검거됐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고양시 일산에서도 또 다른 기장 D 씨를 습격했지만 저항으로 실패했다.
경찰은 다음주 초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고 A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