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마두로 매치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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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월드컵인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베네수엘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로 출범 20년째를 맞은 WBC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슈퍼 스타들이 총출동하며 세계 최고의 야구 국가대항전으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어느 대회보다 강한 승부욕으로 국가를 대표하며 경쟁했다. 대한민국도 최강의 전력을 꾸려 나섰고, 17년 만에 기적 같은 8강 진출을 이뤄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야구의 대세로 통하던 일본은 WBC 출전 사상 처음으로 8강전에서 탈락했다. ‘야구의 신’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워 2연패를 노렸지만 허사였다. 축구 강국이면서 야구의 변방으로 알려졌던 이탈리아는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건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결승전이었다. 결승전이란 상징적인 관심도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끼어들면서 관심은 증폭됐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베네수엘라가 이탈리아를 4-2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요즘 베네수엘라에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미국의 51번째 주로 승격? 어떤가?”라고 자극했다.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결승전이 확정되자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 결승전을 ‘마두로 매치’라 불렀다. 미국이 지난 1월 베네수엘라를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압송한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꺾고 우승하자 베네수엘라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언급해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스포츠를 정치로 끌어들인 것이다.

오마르 로페스 베네수엘라 감독은 사상 첫 우승 직후 “우승은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셨으면 한다”라고 했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밤하늘 위로 축포가 연달아 터졌고, 팬들은 서로를 껴안고 비명을 질렀다. 일부 시민들은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광장에선 “베네수엘라”라는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것이 스포츠의 힘이자 진정한 의미다. 정치와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스포츠가 희망과 감동을 주고, 힘들어도 버티며 살아가야 한다는 강한 힘을 가지게 했다. 스포츠는 국민 개개인의 것이다. 더 이상 정치가 스포츠의 고귀함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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