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에 응급구조사가 없다?… 부산 사설업체 불법 영업 적발
경찰, 사설구급차 직원 등 17명 검거
구조사 자격증 빌려와서 구급차 운영
차량 내 운전사 혼자서 환자 이송키도
응급장비 사용 못해 상황 대응 어려워
경찰에 적발된 사설구급차 운영업체 사무실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에서 사설구급차를 운영하며 응급구조사를 사칭하거나 자격증을 빌려 쓰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법정 인력 기준을 무시한 채 환자를 이송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응급의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응급환자이송업체 2곳을 수사해 업체 대표와 응급구조사, 구급차 운전사 등 총 17명을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해당 업체들은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반드시 응급구조사가 동승해야 하는 법적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최소 인력만 고용한 뒤 부족한 인력은 자격증을 빌리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일부 경우에서는 운전사 혼자 환자를 옮기도록 한 혐의도 드러났다.
특히 한 업체 대표 A 씨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여러 응급구조사의 자격증을 돌려가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운전사들에게 응급구조사 행세를 하도록 지시해 수십 차례 환자를 단독으로 이송하게 했다. 또 A 씨는 출동·처치 기록지 서명을 600회 이상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아울러 자격증 대여자들을 실제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근로계약서를 조작하고, 이를 행정기관에 제출한 뒤 급여 명목으로 4억 원이 넘는 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다른 업체 대표 B 씨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자격증을 빌리거나 퇴직자의 명의를 도용해 운영을 이어왔다. 운전사에게 응급구조사로 가장하도록 지시해 환자를 단독으로 이송하게 한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운영이 단순한 규정 위반을 넘어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운전사들은 자동심장충격기 등 응급장비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긴급 상황에서 적절한 처치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일부 업체는 일반구급차로 환자를 옮기면서도 비용이 더 비싼 특수구급차 요금을 받거나, 응급구조사로 오인될 수 있는 복장을 착용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혼동하게 한 정황도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사설구급차는 재난 현장이나 대규모 행사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법에서 정한 인력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며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