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 전쟁·관세 '복합 위기'… 부산 수출기업 버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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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물류 마비·통상 압박 '직격탄'
경영 안정·수출 활로 개척 대책 시급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미국 관세 압박도 계속되면서 부산 지역 중소 수출기업들이 복합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부산일보DB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미국 관세 압박도 계속되면서 부산 지역 중소 수출기업들이 복합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부산일보DB

미국과 이란 간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부산 지역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과 해상 물류 마비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부산 기업의 중동 수출 비중은 5.6% 수준이지만, 고유가와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 영향이 지역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부산시와 유관기관이 구성한 ‘중동 사태 위기 대응 상황실’에는 선적 취소·차질,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인한 수출 물량 출하 중단, 대금 수수와 거래 지연 등 총 15건의 기업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중동발 리스크가 지역 수출기업에 이미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도 지역 기업들엔 여전히 부담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라는 대체 카드를 이미 꺼낸 상황이다. 트럼프는 글로벌 제조업 공급 과잉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주력 수출품인 전자장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 조선, 기계 등을 지목했다. 지역 주력 수출품들이 미국의 통상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난해 부산 전체 수출의 18.3%를 차지한 최대 수출국이다. 이미 관세 정책 영향으로 지난해 대미 철강 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1%, 자동차 부품은 20.2% 급감했다고 한다. 지역 기업이 중동 전쟁과 관세라는 복합 위기에 내몰린 형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전쟁으로 인해 기축통화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환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가공 무역’ 중심의 산업 구조를 지닌 부산 경제는 고환율 위기에 특히 취약하다. 환율 급등으로 동·주석 같은 원자재 가격 인상, 중동산 알루미늄 수급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지역 수출기업들은 납품 지연, 투자 축소 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역 기업들은 환리스크를 전담할 부서나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중소기업들은 부산 전체 수출기업의 97%를 차지할 만큼 지역 경제의 근간이다. 하지만 중동 사태 장기화, 미국의 관세 정책, 공급망 변화, 중국·동남아와의 가격 경쟁 심화 등에 시달리고 있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한다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정부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유류세 인하 유지, 물류비 직접 지원 등 선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수출 보험 지원 확대, 유관기관 간 정보 공유를 통한 대외 리스크 최소화, 산업별 대응 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지역 기업들이 대외 복합 변수에 더는 휘둘리지 않고 경영 안정과 수출 활로 개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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