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과잉 존칭이 소통의 균형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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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의를 중시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존중은 과잉이 되었고, 배려는 마치 의무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식당에서는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병원에서는 “보호자분께서 대기해 주시겠습니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존중을 표현한다는 명목 아래 존칭은 겹겹이 쌓이고, 문장은 점점 길어진다.

이러한 과잉 존칭은 언어의 자연스러움을 해친다. 불필요한 높임은 문장을 어색하게 만들고 말의 흐름을 끊는다. 또한 혹시라도 무례하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는 불안이 반영된 자기방어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 그 결과 우리는 자연스러운 대화 대신 계산된 말을 고르게 되고, 관계 역시 경직되기 쉽다.

한국어의 높임법은 본래 관계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장치다. 그러나 지나친 높임은 오히려 소통의 균형을 흐린다. 우리는 정말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가, 아니면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가. 존중이 불안에서 비롯된다면 그것은 이미 건강한 예의가 아니다.

진정한 예의는 상대를 과하게 치켜세우는 데 있지 않다. 서로를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분명하고 간결한 말 속에 성의와 배려를 담는 데 있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편안한 언어로 돌아갈 수 있다면 관계 또한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높임은 절제가 있을 때 빛난다. 과하지 않은 말, 자연스러운 존중이야말로 건강한 소통의 시작이다.

이제는 언어의 체면보다 관계의 실질을 돌아볼 때다. 과잉 존칭을 미덕으로 착각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고 균형 잡힌 말하기를 회복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소통을 한층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일 것이다.

김은경·부산 남구 대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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