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철의 사리 분별] '청년이 행복한 나라' 만드는 진짜 부동산 정책
역대 온갖 대책에도 '강남 불패' 여전
3포 세대 "이번 생은 망했다" 한숨만
집값 못 잡는 근본 원인은 '일극 체제'
분권 통한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 절실
서울공화국 방치 땐 국가 미래 암울
다극화로 헬조선 근본 원인 없애주길
서울 강남 집값은 거침없이 올랐다. 온갖 대책도 무용지물이었다. 강남 불패가 거듭되는 동안 서울 전역 등 수도권 집값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집값이 기형적으로 뛰어오르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청년들은 내 집 마련 꿈은 물론 연애·결혼·출산까지 포기하도록 강요당하는 ‘3포 세대’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전국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기업이 밀집한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이어졌다. 정규직 취업은커녕 계약직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청년들의 현실이다. 청년들 사이에 “이번 생은 망했다”는 자조적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의대, 한의대, 로스쿨 등 강남에 입성할 수 있는 전문직 코스에서 이탈한 보통 청년들에게 이 땅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헬조선’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왜 강남 집값을 잡지 못하는가. 역대 정부는 공급 증가, 세제 강화 등 대동소이한 부동산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세금 부과를 예고하는 등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만으로는 청년들의 꿈을 앗아가고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만든 강남 등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벌써부터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어떻게 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집값 상승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공급 부족 등 표면적인 이유 뒤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수도권에 행정, 경제 등 모든 기능을 집중시키는 고효율 전략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 현재의 경제 신화는 수도권 일극화로 이룬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서울 집값의 고공행진은 비상식적인 것이 아니다. 기형적 수도권 일극화 정책에 따른 필연적 결과물일 뿐이다. 결국 역대 정부의 대책이 무위로 끝나고, 청년들이 계속 눈물지을 수밖에 없는 이 안타까운 문제의 근원은 수도권 일극화라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수도권에 대부분의 기능을 집중시킨 일극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이 질문은 서울 집값을 계속 고공행진토록 할 것인가, 청년들의 참혹한 ‘헬조선 살이’를 방관할 것인가라는 물음과 동일하다. 터져 나오는 각종 부작용들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기반으로 한 기존 국가 발전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일극화 폐해를 줄인다며 ‘5극 3특’ 성장축 조성과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진행 상황을 보면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 지역 균형발전은 지방정부에 재정, 조세 등 실질 권한을 이양해 수도권에 견줄 초광역권으로 발돋움시킬 때 가능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분권을 전제하지 않은 행정통합만 추진 중이다. 지역별 통합 법안을 처리하면서 갈등만 부추겼다. 부산을 제2수도권으로 만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도 장기간 표류시키고 있다. 이런 흐름을 지켜보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국가 구조를 미래형으로 재편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 청년들의 삶과 꿈을 빼앗는 헬조선의 구조에 대한 대대적 수정 없이 서울공화국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함을 넘어 미래 세대 행복추구권을 빼앗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산업 등의 호황에 힙입어 현재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인구가 급감하고 청년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는 데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미국 등의 시장 잠식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도시국가 수준인 서울공화국 체제로는 국가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시한부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 거세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다수의 성장축을 만들자는 것은 해당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역이 수도권 몫을 뺏겠다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경제 파이를 키우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산이 북극항로와 해양 물류·금융에 특화된 글로벌 해양도시로 발돋움하도록 지방정부에 강력한 권한을 위임한다면 다양한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고 그 혜택은 국가 전체에 돌아간다. 수도권 주민들도 지역 균형발전이 서울공화국의 예견된 몰락을 피할 효율적 전략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청와대와 여당이 할 일은 지방정부가 새로운 산업 씨앗을 뿌려 세계 속에서 성장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강남 집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현재 국가 구조는 밝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강력한 분권형 행정통합과 지역 특성에 맞춘 과감한 미래산업 육성으로 이젠 유효기간이 끝난 서울공화국이라는 도시국가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서울공화국을 상징하는 강남 집값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청년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