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왜곡죄 1호 고발 조희대 대법원장, 선 넘는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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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3법 공포 첫날 사법부 수장 대상
정치 사건, 판검사 고소·고발 남발 현실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오후 충북 제천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 뒤 마련된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오후 충북 제천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 뒤 마련된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개혁 3법’이 12일 0시를 기해 정식 공포됐다.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는 법률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고 대법관 증원은 2년 뒤인 2028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첫날부터 사법부 수장이 형사 고발 대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며 사법 체계는 시작부터 거센 혼란에 휩싸였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가 본격 시행된 바로 그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치 사건을 둘러싼 판검사 고소·고발 남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모양새다.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제도가 출발하자마자 사법부 최고 책임자를 겨냥한 형사 고발로 이어진 장면은 제도 변화의 파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할 것이다.

재판소원이나 법왜곡죄 모두 재판의 독립과 직결된 장치다. 이날 이병철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서면주의 원칙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을 법왜곡죄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사법부 최고 책임자가 새로 도입된 제도로 고발된 첫 사례라 하겠다. 대법원장이 지닌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점에서 사법부 수장에 대한 형사 고발이 제도 시행 첫날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법 3법은 삼권분립이라는 권력 분립의 한 축을 건드리는 중대 사안이다. 그런데도 법 개혁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제도 개편이 사법부와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권 주도로 밀어붙여졌다는 점이다. 헌법기관의 권한과 구조를 바꾸는 문제를 정치적 다수의 힘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재판의 독립과 직결되는 제도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법조계에서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 도입이 정치의 사법영역 개입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던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제도 시행 첫날 조 대법원장이 법왜곡죄로 고발된 상황은 그 경고가 단순한 가정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는 사법 3법 도입으로 정치가 사법 영역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사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 법원장들은 12일부터 이틀간 충북 제천에서 간담회를 열어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절차 변화와 법왜곡죄 대응, 대법관 증원에 따른 사법 구조 조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당연히 사법개혁 3법이 공포된 이상 초기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렇기에 대법원 수장의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치 사건을 둘러싼 사법 판단이 형사 고발의 대상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재판의 독립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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