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사법 체계 개편…소송 장기화·하급심 부실화 우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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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난 5일 국무회의서 '사법개혁 3법' 심의·의결
재판소원제·법왜곡제, 이번 주중 공포 즉시 시행
대법관 증원법, 2028년부터 3년간 4명씩 증원 예정
대법관 재판연구관 증원 영향 하급심 부실화 우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법왜곡죄'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국무회의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제·법왜곡죄·대법관 증원) 시행이 임박하면서 1987년 개헌 이후 유지돼 온 사법 체계의 큰 틀이 39년여 만에 개편된다. 서울 법조계는 재판소원이 진행되면 사건 수임이 증가한다며 반기는 분위기도 있지만, 부산 등 지역 법조계는 혜택을 전혀 못 받는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사법개혁 3법’으로 불리는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법왜곡죄(형법)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관련 법률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법조계에선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 내로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를 공포할 예정이라고 전망한다. 해당 법안들은 공포 즉시, 대법관 증원은 공포 후 2년이 지난 2028년부터 시행된다.

재판소원제가 시행되면 법원의 확정판결도 헌법소원심판 청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헌재 결정에 반한다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나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등이 대상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에서 패소하거나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당사자들이 그 판결 효력을 늦추려고 의도적으로 재판소원을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게다가 헌재의 재판 취소 이후 법원에서 다시 어떤 절차에 따라 재판할지에 대해 정해지지 않았다.

징역형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재판소원을 통해 그 확정 판결이 취소될 경우 곧바로 석방되는지 등 이후 절차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헌재에 접수되는 심판사건 수가 증가해 헌재의 현재 인적 현황으로는 재판소원 사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왜곡죄는 법관이나 검사, 수사기관이 타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리를 해할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등 행위’를 했을 때 처벌토록 규정한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사용하거나 적법한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수사 기관이나 법원 판결에 대한 고소·고발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적극적인 수사와 재판 진행 등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상당수 고소·고발이 근거가 부족한 주장에 그칠 가능성이 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로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사정을 고려해 선처하는 경우가 있지만, 앞으로는 법원이 기계적인 판결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법관 증원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법안이다. 증원은 법안 공포 2년 후인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먼저 대법관이 증원되면 대법관을 재판연구관을 늘려야 한다. 올해 배치된 법관인 재판연구관은 총 102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12인) 1인당 평균 8.5명의 법관인 재판연구관이 배치된 상황이다.

이 비율을 유지한다면 대법관 12명을 늘릴 경우 1·2심 법관 100여 명을 재판연구관으로 추가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로 인해 하급심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대형 로펌들은 헌재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하고, TF를 구성하는 등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반면 부산 등 지역 법조계는 영향은 미미한 모습이다. 김용민 부산변호사회장은 “부산 로펌들은 사법3법과 관련해서 TF 등을 구성해 준비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헌재 출신 변호사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데 부산에는 헌재 출신 변호사가 거의 없어서 지역 법조계는 큰 혜택을 보기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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