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다시 떠오른 양산 '행정 관할 일원화'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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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법원·검찰·보훈·방송권역 제각각
시민 불편 30년, 여전히 제자리
TF 구성 이후에도 변화는 미미
이제는 답을 내놓아야 할 시간

최근 양산시와 시민들의 시선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쏠렸다. 창원지법 김해지원과 양산지원 설치 법안 처리 여부 때문이었다. 희비가 엇갈렸다. 김해지원 설치 법안은 법사위를 통과·본회의에서 확정됐지만 양산지원 설치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김해지원 설치 법안은 2012년 처음 발의된 이후 14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인구 50만 대도시 중 유일하게 법원 지원이 없던 김해시는 이번 법안 통과로 ‘사법 접근성 향상’이라는 오랜 현안을 해결하게 됐다.

반면 양산지원 설치는 국회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지역 정치권은 “계속 추진하겠다”라는 입장이지만 김해 사례를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무산은 단순히 지역 현안을 넘어 양산시의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고질적 문제인 ‘행정기관 관할 불일치’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양산의 행정 관할은 한마디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행정구역은 경남이지만 법원과 검찰, 보훈 업무는 울산 관할이다. 경남 소속 경찰이 울산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고, 시민들은 재판과 보훈 업무를 보기 위해 울산지법·울산보훈지청으로 가야 한다.

방송권역은 부산과 울산, 창원으로 갈라져 있다. 경남도 등이 2023년 KBS·KNN은 경남 방송국 채널로 시청권역을 통일하고, MBC는 부산과 경남 채널을 동시에 시청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지만, 시민 불편은 해소되지 않았다. 세무 행정은 2018년 양산세무서 신설로 해결됐으나 한 도시 안에 세 개의 행정 구조가 공존하는 것은 여전하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1990년대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시민 불편이 시작됐다. 2000년 초 시민들이 중앙정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2006년 이후에는 양산시 차원의 공식 건의도 이어졌다. 선거철이면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고 ‘추진하겠다’라는 약속도 반복됐다.

하지만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도록 실질적 변화는 거의 없다. 양산세무서 신설이 일부 성과로 꼽히지만, 법원과 검찰, 보훈 등 핵심 영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관할 불일치는 단순한 이동 거리 문제만은 아니다. 시민들은 행정 서비스 이용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반복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행정기관 간 협조 과정에서도 비효율이 발생하고, 기업 역시 법적 절차를 위해 권역을 넘나들어야 한다.

행정 체계 분산은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고 지역 정체성은 물론 소속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도시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악화시킨다. 이 때문에 양산 시민들은 수시로 ‘경남 홀대론’을 제기하고 선거철마다 부산·울산 편입 이야기가 등장한다. 행정의 경계가 심리적 경계로 이어지고 있다.

김해지원 설치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해 역시 처음에는 창원지법 기능 축소 우려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인구 규모와 사건 수요, 시민 불편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 등을 수치로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고 결국 입법 문턱을 넘었다. 지역 숙원을 ‘논리와 데이터’로 풀어낸 결과다.

양산은 인구와 산업 규모에서 뒤지지 않지만, 지원 설치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부산과 울산, 창원 등 3개 권역 법원이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특수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행정 편의를 중심으로 한 논리일 뿐 시민 편익을 기준으로 보면 아쉬운 대목이다.

행정기관 관할 일원화는 단지 기관을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이 행정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다. 경남도 역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공개 석상에서 양산시의 관할 불일치 문제를 언급했고, 2023년 1월에는 경남도와 양산시, 경남연구원이 함께하는 TF팀도 구성했다.

TF팀은 양산지원 설치와 양산·김해·밀양을 관할하는 보훈지청 신설, 방송권역 통일, 법기수원지 관리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30여 년 만에 공식 논의가 시작되자, 시민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방송권역 일부 조정에 그쳤고, 기대했던 양산지원 설치는 무산되면서 실망감도 커졌다.

행정기관 관할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법 개정과 예산 확보, 관계 기관 협의가 필요하고,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그렇다고 해서 30년을 미룰 이유는 되지 못한다. 이제는 경남도와 중앙정부, 정치권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경남도의 TF팀 구성처럼 일회성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로드맵과 입법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 행정기관 관할 일원화는 선택이 아닌 시민 기본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제는 답을 내놓아야 할 시간이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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