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불 후 1년…대응 체계 확 바뀌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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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특수진화대 규모 등 확대
지휘권 이관…기관 협업 강화
피해 예방 ‘레디 셋 고’ 도입도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산불 현장. 하얀 눈이 검게 탄 숲을 덮고 있다. 함양군 제공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산불 현장. 하얀 눈이 검게 탄 숲을 덮고 있다. 함양군 제공

올해 첫 재난성 대형 산불로 분류된 경남 함양군 산불이 사흘 만에 꺼진 가운데 작년과 달라진 산림.소방 당국의 대응 체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화 작업부터 주민 대피까지 대응이 한층 체계적이고 기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산림청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올해 첫 재난성 대형 산불인 경남 함양군 산불은 지난 21일 오후 9시 14분 발생해 23일 오후 5시에 진화됐다. 발생 40시간여 만에 꺼진 셈이다.

반면 지난해 발생한 재난성 대형 산불인 경남 산청 산불은 3월 21일 시작돼 3월 30일 진화됐다. 특히 진화 과정에서 강풍을 타고 인근 하동으로 번진 이 산불은 약 213시간, 열흘째 지속되며 역대 두 번째로 긴 국내 산불로 기록됐다. 2000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특히 진화·대피 과정에서 1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작년 산청과 올해 함양 산불 현장 상황이 같다고 보긴 힘들지만 순간 풍속 20m/s이 넘는 강풍이 불고 사람이 오르기 힘든 경사도를 가진 악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 산불진화대가 오르기 힘든 탓에 야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사이 바짝 마른 낙엽에 불이 옮겨붙으며 피해가 확산했다. 그럼에도 함양 산불은 산청·하동 산불 대비 5배 넘게 빨리 주불이 잡혔고 인명·재산 피해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1월부터 진화 전까지 비가 3mm도 채 오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선의 결과를 낸 셈이다.

그 배경에는 지난해 산불 이후 바뀐 산불 대응 체계가 있다. 산림·소방 당국은 지난해 산청 등 재난성 대형 산불 이후 대응 체계의 미비한 점을 파악하고 10월부터 대대적인 개선에 나섰다.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산불 진화 헬기의 활용이다. 지난해에는 산불 발생 시 산림청 헬기가 주로 운용되다 불이 확산하면 기관 협의 등을 거쳐 다른 지역 헬기나 군 헬기 등이 추가로 투입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산불 발생 후 반경 50km 안에 있는 가용 헬기는 즉각 투입된다.

여기에 군용 헬기 등이 가용 자원에 포함되면서 진화 헬기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216대였지만 올해는 315대가 산불 현장을 날고 있다. 특히 담수 용량 5000L가 넘는 군용 시누크 헬기가 투입됨에 따라 산불 진화의 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규모와 역할도 커졌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산림청 소속 특수대원들로, 일반 진화대가 오르기 힘든 험준한 산세까지 오르내리며 불길을 잡는다. 헬기가 투입되지 않는 야간 진화 체계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작년 435명에서 올해 495명까지 규모를 키웠다. 올해 함양의 경우 산불 초기부터 94명이 투입되는 등 초기 진화에 나섰다.

관계 기관들의 협업도 원활해졌다. 산불이 나면 소방·군·경찰·기상청 등이 맡은 역할에 즉시 투입된다. 또한 산불 확산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산림청이 지휘권을 인수해 진화를 체계적으로 수행한다.

금시훈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이번 함양 산불은 지속적인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산불 확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이에 산림청은 선제적으로 지휘권을 인수했고 관계 기관들과 유기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명·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레디 셋 고(Ready-Set-Go)’ 대응 체계가 도입됐다. 산불이 발생하면 즉시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이 가동돼 산림 상태·지형·경사도·풍속 등을 종합 분석하고 8시간 뒤 불길이 어디까지 퍼질지를 파악한다.

행정·산림 당국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불길이 민가나 요양병원 등 주요 시설을 덮치기 훨씬 전부터 대피 단계를 가동한다. ‘레디’ 단계에서 대피를 준비하고 ‘셋’ 단계에서 가축 이동 및 생필품 구비 등 구체적 행동에 들어간다. ‘고’ 단계에서는 즉시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시킨다. 실제 함양과 밀양 산불에서 주민들은 단 한 명의 부상 없이 안전하게 대피했다. 여기에 산불 초기부터 리타던트(산불 지연제)를 마을과 주요 시설물에 뿌려 피해를 줄였다.

함양군 문하마을 주민인 강정순(66) 씨는 “공무원들이 와서 대피시켰다. 불도 불이지만 연기 때문에 다 대피해야 한다고 했다. 대피소가 잘 돼 있어서 큰 불편이 없었다. 대형 산불이 잦아져서 대응이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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