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절연’ 두고 내홍 극단 치닫는 국힘...6·3 지선 앞두고 분열 가속
장동혁 ‘절윤’ 거부 후폭풍에
의총서 노선 두고 공개 충돌
지도체제 개편 요구 확산 가능성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배현진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 당 안팎에서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장 대표의 노선을 둘러싸고 공개적인 이견이 표출됐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3시간가량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장 대표는 당내 ‘절윤 거부’ 비판에 대해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의 응답이 우세한 비공개 여론조사 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서는 장 대표의 노선 변화 여부를 두고 의견이 오갔다.
당내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내란수괴범 윤석열과 절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참패한다고 얘기했다”며 “국민의힘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순장조인가라고 제가 반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상식을 가진 국민의 마음을 담아서 확실하게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나아가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당 소속 의원 모두가 석고대죄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께서 그런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를 향해서는 “본인이 당을 제대로 끌고 갈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반면 5선의 윤상현 의원은 발언대에 선 뒤 취재진과 만나 “국민과 역사 앞에 속죄하고, 12·3 계엄, 내란, 탄핵 프레임에서 빨리 벗어나서 선거체제로 가자는 당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면서도 “지도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지도체제 개편이니 사퇴니 이건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셈이다.
이날 의총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여부보다는 행정통합 논의와 당명 개정 보고가 장시간 이어지면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당명 개정 관련 보고가 오랜 시간 이어졌고, ‘절윤 거부’ 문제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장 대표가 비판을 피하기 위해 논의를 지연시킨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오찬 일정 등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떠났다.
조은희 의원은 의총장을 나오며 “당명 보고를 짧게 해달라고 했는데, 계속 선수를 바꿔가면서 1시간 20분 동안 하고 있다. 뭘 논의하겠다는 건가. 누구를 위해서 의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윤어게인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 없느냐. 그걸 의원들에게도 안 물어보지 않았나. 그래서 비밀 투표를 해보자. 그리고 전 당원들에게 물어보자. 이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후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어떤 노선을 가야 할지를 논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입틀막 의원총회에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은 배현진 의원도 “전국이 비상인데 왜 2시간 가까이 영남 지역 (행정통합) 얘기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오늘도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대폭락한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한가한 시기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당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장동혁 지도부를 향한 압박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사법부 판단에 정반대 입장을 내고 혁신과 절윤을 요구하는 세력을 오히려 배제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당 노선은 대표의 사유물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장 대표가 노선 변화 가능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지도체제 재정비나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