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이후 다시 만난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창작집단 한 ‘시간의 저편에서-오셀로 파트 Ⅱ’
셰익스피어 원작 이후 시점 서사 다룬 심리극
말하지 못한 침묵이 초래한 관계 균열에 주목
이동현·이은주 2인극… 13~14일 일터소극장
남자가 여자의 목을 조른다. 그리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의혹과 질투심에 갇힌 오셀로가 아내 데스데모나를 믿지 못하고 괴로워하다 파국을 맞은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의 마지막 장면. 무대를 밝히던 가로등도 가냘픈 떨림을 끝으로 빛을 잃는다.
창작집단 한이 올리는 연극 ‘시간의 저편에서-오셀로 파트 Ⅱ’는 막이 오르자마자 주인공 둘이 동시에 생을 다한다. 가로등이 꺼지며 무대도 암전이다. 마치 마지막 장면처럼 관객을 맞는 이 독특한 심리극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이후를 다루는 작품이다. 진짜 서사는 2장부터 시작된다.
모나가 수돗가에서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그런 모나를 뒤에서 한참 지켜보는 승호. “저기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모나에게 승호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매일매일 새롭게 기억을 시작하는 모나와 조각 맞추듯 하루하루 기억을 조금씩 축적해 가는 승호. 둘은 매일 같은 장소에서 만나 비슷한 대화를 이어가며 서서히 관계를 형성한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별다른 반전도 없는 대화의 연속, 보기에 따라서는 무의미한 반복으로 비치는 전개 속에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들어있다. “왜 진작 이렇게 직접 대화하지 않았나?”
작품 창작의 첫 구상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시립극단 비상임단원이던 이동현(창작집단 한 대표)은 정기공연 ‘오셀로’에서 오셀로 역을 맡았다. 그때부터 이동현의 머릿속에 남은 질문이 이번 작품 창작의 계기가 됐다. ‘서로 사랑했던 둘의 관계는 왜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나?’
그렇게 시작된 구상은 파국 이후의 시간을 출발점으로 하는 2인극으로 탄생했다. 연극은 고전의 재해석을 넘어, 동시대인에게 질문을 던지는 심리극으로 확장됐다. 오셀로(승호)와 데스데모나(모나)를 현재의 한국인으로 ‘재해석’한 배역 이름에도 재치가 보인다. “솔직하게 얘기만 했었어도 파국으로 끝나지 않았을 텐데. 직접 대화하지 않고 3자의 얘기만 듣고 상대를 판단한다든지. 이런 걸 돌아보는 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집단 한의 창작극 ‘시간의 저편에서-오셀로 파트 Ⅱ’ 포스터. 오는 13~14일 일터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창작집단 한 제공
이번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연출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숨어 있는 연출극’이다. 배우의 자율성이 확장되지만, 또 그만큼 배우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중심에 서야 한다. 무대에는 희곡을 직접 쓴 이동현과 이은주 두 배우가 오른다. 연습실에서 만난 이은주는 “이동현 선배님이 많이 끌어주셔서 열심히 쫓아가고 있다”라는 말로 어려움을 표현했다.
창작집단 한의 세 번째 공연 ‘시간의 저편에서-오셀로 파트 Ⅱ’는 오는 13일 오후 7시, 14일 오후 4시 부산 동구 일터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석 2만 원. 예매 예스24. 1544-6399.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