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른 전조증상인데… ‘나이 탓’ 무시했다간 큰코
고령자 응급상황 대처·돌봄 요령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에 힘이 없어진 박 모(68) 씨와 최 모(70) 씨. 즉시 병원을 찾은 박 씨는 증상이 나타난 지 1시간도 안 돼 혈전용해제를 투여받아 완전히 회복됐지만, 조금 쉬면 나아질 것이라고 판단해 집에서 2시간 가량 경과를 지켜보던 최 씨는 골든타임을 놓쳐 반신마비와 언어 장애를 얻게 됐다.
단 2시간이 운명을 가른 이 같은 사례는 고령자들 사이에선 허다하다. 전조 증상을 ‘나이 탓’으로 치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겨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김준성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 가족이 함께 알아야 할 고령자 응급대처법>을 통해 “고령자 응급상황의 30%는 초기에 나이 탓으로 여기면서 진단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다”며 “고령자의 응급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과 적절한 대처만으로도 예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의 응급상황은 뚜렷한 통증보다는 ‘평소와 다른 느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젊은층의 경우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령자는 일반적인 노화 증상과 구분하기 어려운 탓에 인지하기 쉽지 않다. 2~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함께 보유한 경우도 많아 새로운 증상이 생겨도 기존 질병 때문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저혈당 증상으로 이따금씩 어지럼증을 느끼던 당뇨병 환자가 뇌졸중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특별하게 여기지 못하고 한참 뒤에야 병원에 찾는 경우가 대표 사례다.
김 교수는 뇌졸중 의심 상황에서 자가진단법 ‘F·A·S·T’ 검사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얼굴이 한쪽으로 처지는지(Face), 한쪽 팔에 힘이 빠지는지(Arm), 말이 어눌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한지(Speech) 확인하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Time)는 것이다.
물리치료사 케이와 나가시마 가호는 <고령자의 몸과 마음 돌봄 매뉴얼>. 한스미디어 제공
무엇보다 고령자의 몸 상태와 움직임, 질환 여부 등을 세심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리치료사 케이와 나가시마 가호는 <고령자의 몸과 마음 돌봄 매뉴얼>을 통해 “고령자의 뇌와 몸의 구조를 이해한다면 고령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 배경, 주의해야 할 위험 요소를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나이가 들수록 골밀도와 골량이 줄어들면서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질 수 있다. 인지기능은 물론 감각·관절 기능 저하로 균형잡기가 어려워지고 약 복용량 증가로 인한 낙상 위험성이 커지면서 고령자들의 골절은 치명상이 되기 일쑤다. 전기 코드와 실내화를 치우고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휴대폰을 항상 목에 걸도록 하는 등 고령자의 눈높이에 맞춘 대책을 마련해볼 수 있다. ‘뭔가 이상한데?’라는 변화 느낌을 놓치지 말고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와함께 고령층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존 질병과 함께 살면서도 최대한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있다. 김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여러 질병이 동시에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완벽한 건강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