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극에 부는 변화의 바람, 국가 차원의 새 전략이 필요하다
평화의 땅 아닌 군사·안보 격전지 변모
신뢰 얻어야 항로 개척·해양강국 가능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한 것은 글로벌 해양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해양 강국의 꿈을 이룰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북극항로 개척이다. 하지만 북극을 둘러싼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중 갈등과 그린란드 합병 논란, 북극항로 헤게모니 다툼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극항로 상용화 등을 추진 중인 우리로서는 이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요동치는 북극권의 지정학적 지형 속을 슬기롭게 헤치며 국익을 챙길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북극에 부는 변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북극항로는 물론 국가 안보 상황마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부산일보〉는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최근 개최 중인 북극권 최대 국제회의인 ‘2026 북극 프런티어’를 현지에서 단독 취재 중이다. EU와 스웨덴, 노르웨이, 그린란드 등의 고위 인사 등 수천 명이 참가한 이번 회의의 화두는 ‘북극의 흐름이 바뀌었다’로 요약된다. 북극이 더 이상 평화의 땅이 아니라 군사·안보 격전지로 변모했다는 의미다. 협력은 깨졌고 강대국의 압박과 각축전은 한층 심화됐다. 서방 국가들은 북극항로 개척 이익을 러시아와 중국이 독점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극권의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은 우리가 추진하던 북극항로 등 북극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는 북극항로 시험 운항과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항로 경유지인 러시아와의 외교적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구상했다. 그러나 이제는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한 국제 사회의 연대가 강해지고 있는 점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면서 다른 강대국은 물론 북극권 국가들의 심기까지 적극 고려해야 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지혜로운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이 탈탄소화를 위해 북극 환경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무대에서 강하게 피력해야 한다. 북극권 국가들이 신뢰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만 해양 강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남방항로 위주로 편중된 에너지와 광물 자원 등의 공급망에 북극항로를 포함시켜 서둘러 재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의 리스크 다변화가 지구촌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 북극항로에 친환경 선박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청정 항로를 지키겠다는 의지도 보여야 한다. 부산 등 북극항로 거점 항만과 배후단지를 개발할 때 청정 연료 벙커링, 무공해 첨단산업기술 클러스트 등 친환경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극을 둘러싼 갈등과 변화는 어쩌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국가 해양 전략의 대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