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원칙과 딴판으로 가는 레미콘 가격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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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악화로 출하량 18%↓
단가는 되레 10~20% 오름세
지역 건설사 공사비 상승 우려
“원가·운반비 올라 인상 불가피”
레미콘 업계도 영업난 봉착 호소
전남 광양선 담합 적발돼 과징금

지역 레미콘 단가가 최근 10~20% 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안양시 시멘트 공장에 세워진 레미콘 차량. 연합뉴스 지역 레미콘 단가가 최근 10~20% 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안양시 시멘트 공장에 세워진 레미콘 차량. 연합뉴스

부산 지역 레미콘 단가가 최근 상승하면서 지역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에 대한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주택사업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레미콘 가격마저 오른다면 부담은 수요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레미콘 업계는 고정비 부담 증가와 원가 압박, 운반비 인상 등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지역 레미콘 단가가 10~20% 상승하고 있다. 부산의 한 건설사 대표는 “레미콘 표준 단가를 기준으로 건설사와 레미콘 제조 업체가 협상을 진행해 가격을 결정했는데, 최근에는 예전처럼 협상이 잘 안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부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건설 경기가 어느 때보다 좋지 않아 레미콘 가격을 올려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삼표마켓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레미콘 전국 출하량(추정치)은 9300만㎥로 전년 1억 1400만㎥보다 18% 이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레미콘 출하량이 급감했을 때보다 더 적은 물량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시행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사가 지연·중단되자 레미콘 출하량도 감소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악화로 곳곳에서 현장이 멈췄고, 그 탓에 레미콘 수요도 15% 이상 줄었다”며 “수요가 줄었으니 레미콘 가격은 다소 내려가는 것이 맞겠지만 최근에는 거꾸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 레미콘 업체들이 담합을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일 전남 광양 지역 레미콘 시장을 장악한 7개 제조사가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 명령과 함께 2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21년부터 2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삼아 레미콘 단가를 조직적으로 인상하고, 공급 물량을 나누는 카르텔을 운영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지역 레미콘 시장의 경쟁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는 광양 지역의 사례일 뿐 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레미콘 제조 업계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출하량 감소로 인한 고정비 부담 증가와 운반비 인상 압박이 거세게 불면서 단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레미콘 믹서트럭 차주들의 운반비 인상 요구는 매년 반복되는데, 올해도 인상을 요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시멘트 운송비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부터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부활하면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레미콘 운송 차량)를 활용한 육상 운송비도 오를 수밖에 없다. 레미콘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역의 중소형 업체를 시작으로 영업난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수년 전부터 나왔다. 실제 지난해 강원 등에서 지역 중견 레미콘 제조 업체가 회생 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부산의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점점 레미콘 제조 공정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어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온다”며 “원가 압박과 고정비 상승, 건설 경기 불황 등으로 인해 지금도 손해를 보며 영업을 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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