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소형 아파트 평균 18억… 정부 규제에도 내달리는 양극화
1월 평균 가격 18억 269만 원
‘똘똘한 한 채’ 가성비 수요 증가
대출 묶기 ‘규제 약발’ 안 먹혀
부산 84㎡ 4억 882만 원 그쳐
‘제자리걸음’ 지방과 격차 확대
부동산 세제 시스템 바로잡아야
지난달 서울 한강 이남 11개구의 중소형 아파트값이 평균 18억 269만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 앞에 게시된 투자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한강 이남 11개 구의 중소형 아파트값 평균이 처음으로 18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막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고강도 규제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서울 부동산과 관련해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서울 집값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일 KB부동산 월간 주택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강 이남 11개 구(강남·서초·송파·강동·양천·강서구 등)의 중소형(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아파트값은 평균 18억 269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인 지난해 12월(17억 8561만 원)보다 0.96% 상승한 것으로, 서울 중소형 면적 아파트 처음으로 18억 원을 돌파했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한숲 전용 84.87㎡는 지난달 27일 18억 1000만 원(4층)에 팔렸다. 같은 단지·면적 종전 최고가였던 2023년 5월 2일 15억 2000만 원(11층) 대비 약 3억 원 오른 금액이다.
우리은행 남혁우 부동산연구원은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대형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고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중소형 면적을 선택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 등 초강력 대출 규제로 구매력은 낮아졌지만, 상급지를 여전히 선호하는 ‘똘똘한 한 채’ 수요의 가성비 추구 현상이 지속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중단과 보유세 인상 가능성 등에다 대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중소형 면적의 똘똘한 한 채가 앞으로는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했다. 이어진 10·15 대책에서는 주담대 한도가 15억 원 이하의 주택에서 6억 원, 15억~25억 원 주택에서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에서 2억 원으로 규제가 더욱 강화했다.
정부는 대출을 묶고 대통령은 연일 부동산 관련 고강도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약발’은 먹히질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국민의힘 논평을 인용한 기사를 공유하며 부동산 투기 옹호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날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오는 5월 9일에 종료되는 게 분명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달부터 다주택자 양도세를 언급하며 중과 유예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기도 했지만, 시장에서는 일부 급매물이 나올 정도이지 급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은 감지되고 있지 않다.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동안 지방 아파트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상승장을 맞이한 부산 역시 서울과 비교하면 집값이 올랐다고 하기 민망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의 ㎡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486만 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34평 수준인 84㎡로 환산하더라도 4억 882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한강 이남의 중소형 아파트 가격과는 최소 14억 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수도권 규제의 반사이익으로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풍선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왜곡된 부동산 세제 시스템부터 바로잡아야 초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지방에 저렴한 중소형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양도세 등 세금은 훨씬 많이 내야 하는 현행 과세 시스템은 똘똘한 한 채를 부추기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국제 표준인 주택가액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 시스템을 바꾸려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