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한방] 겨울이 되면 왜 뇌출혈과 심장병이 늘어날까
HK한국한의원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아침에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새해에는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마음에 새벽부터 운동을 하시다가 쓰러지셨어요.”
겨울이 되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실제로 겨울철에는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뇌혈관 질환이 다른 계절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추운 환경에서는 혈관이 자연스럽게 수축하고, 그 과정에서 혈압이 상승하기 쉽다. 특히 고령자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위험을 현대의학이 설명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짚어낸 기록이 있다는 사실이다. 고대 의서 〈황제내경〉에서는 겨울을 단순히 ‘추운 계절’이 아니라 ‘만물이 닫히고 기운을 안으로 저장하는 시기(閉藏)’라고 정의한다. 이 표현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겨울에는 몸이 바깥 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보다 내부를 보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뜻이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혈관이 수축하고 순환의 저항이 커지며, 심장과 뇌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때 혈압이 평소보다 쉽게 흔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황제내경 소문(素問) ‘사기조신대론’에서는 겨울의 생활 원칙을 이렇게 정리한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며, 햇볕을 기다려 움직이라.” 이는 단순한 생활 습관 조언이 아니라 겨울철 인체 반응을 전제로 한 행동 지침에 가깝다. 몸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이른 아침에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체온과 순환이 자연스럽게 올라온 뒤 활동하라는 뜻이다.
〈동의보감〉 역시 겨울을 ‘보존의 계절’로 봤다. 이 시기에는 무엇을 더 해야 할지를 말하기보다 무엇을 지나치게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강조한다. “차가우면 혈이 엉긴다(寒則血凝)”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단순히 추위를 피하라는 말이 아니라 혈액순환이 막히기 쉬운 계절임을 인식하고 생활 전반을 조율하라는 경고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겨울에는 몸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는 생활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침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몸이 풀리는 신호를 기다리는 습관. 따뜻함을 유지하되, 과한 자극으로 몸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태도. 완전히 쉬지도, 무리하게 움직이지도 않는 중간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겨울이라는 계절에 몸을 맞추는 방법들이다.
겨울철 뇌출혈과 심장병은 어느 날 갑자기 덮치는 불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절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할 때 서서히 만들어지는 결과에 가깝다.
고전이 말하듯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단순한 생활 문제가 아니라 한 해 건강의 방향을 정하는 선택이다.
이번 겨울만큼은 새로운 것을 더 하려 애쓰기보다, 몸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방식으로 계절을 건너가 보기를 바란다.
윤태관 HK한국한의원 검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