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인재 우리 품에” 글로벌 도시들, 파격 혜택 내건 유치 레이스 [부산은 열려 있다]
싱가포르 5년간 체류 자격 부여
캐나다 가족 동반·영주권 패키지
부산도 유학생 취업·정주 활성화
지난해 8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2025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가 열려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력서 작성과 채용상담 및 면접을 받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해외 주요 국가와 도시들은 비자 제도에 취업과 주거, 생활 지원을 결합한 정책으로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체류 허용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인재가 정착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패키지로 설계하는 흐름이다.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의 핵심이 비자 제도를 넘어 정착과 정주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싱가포르는 장기 체류 비자를 도시 정주 전략과 직접 연결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23년 도입된 ‘Overseas Networks & Expertise(ONE) Pass’는 사업·과학·기술·예술 분야 최고 수준 인재를 대상으로 5년간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직장 이동이나 창업 시도에도 체류 자격이 흔들리지 않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가족 동반과 배우자 취업까지 허용하면서 외국인 인재가 가족 단위로 도시에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이러한 제도는 외국인 인재가 도시 안에서 생활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도록 만든다. 주거를 마련하고 자녀 교육과 의료, 생활 인프라를 이용하며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체류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외국인 인재는 단기 체류자가 아니라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된다.
일본의 경우 비자 정책의 최종 권한은 중앙정부에 있지만, 도시 차원에서 외국인 인재 유치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활용되고 있다. 요코하마시는 외국인 창업가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비자를 직접 발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가 창업 계획을 사전 심사·증명하고 이를 토대로 중앙정부가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도시·지역 단위 인재 유치 모델은 다른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캐나다의 주정부 추천 이민 제도(PNP)는 각 주가 노동시장 수요에 맞춰 고급 인재와 기술자를 지명·유치하는 방식이다. 가족 동반과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함께 설계해 인재 유입을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계한다.
호주는 주·지역 정부가 부족한 직종을 지정해 인재를 유치하는 주 지명 기술 이민 비자를 통해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 일정 기간 지역 거주를 조건으로 영주권 전환 혜택을 연계해 멜버른과 시드니 등 주요 도시의 성장 전략으로 활용 중이다. 영국도 런던을 중심으로 글로벌 탤런트 비자를 운영하며 과학·기술·예술 분야 최고 인재의 장기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자 이후 정착을 중시하는 흐름은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는 정부의 광역형 비자(지역 특화 비자) 시범 사업에 참여해 지역 산업과 대학 수요를 반영한 외국인 유학생과 전문 인력 유치에 나서고 있다. 광역형 비자는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춘 비자 활용 방안을 설계해, 유학 이후 취업과 정주로 이어지는 경로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부산은 이 제도를 통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 학기 중 인턴십과 산업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기업과의 접점을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순한 유학생 유치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취업, 정착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외국인 인재가 머물 도시를 결정하는 기준이 비자 제도를 넘어 취업 기회와 생활 환경, 정착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정주 여건 개선을 목표로 한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