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의학은 여성의 고통을 어떻게 왜곡했나
신간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
신간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 책 표지. 생각의힘 제공
신간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의 배신>은 의학이 여성의 몸과 고통을 어떻게 오진하고, 축소하며, 체계적으로 왜곡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가 “자궁은 모든 질병의 근원”이라 주장한 이래 서구 과학과 의학은 남성의 신체를 인체의 기본값으로 뒀다. 여성의 신체는 남성의 신체 일부가 모자란 기형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현대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오슬러도 심장마비를 남성다움과 연관지었고, 여성이 주장하는 심장질환은 심리적 문제에 가깝다고 선언했다. 폐암 역시 여성 환자가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 대표적 질환이다. 중년 이후 남성 흡연자가 ‘표준’ 환자로 상정되기 때문에 1980년대 후반 이후 남성 발병률은 감소했지만, 여성 발병률은 84% 증가했다.
2017년 첫 아이를 출산한 후 폐색전증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의 사례도 거론된다. 당시 그는 기침이 너무 심해 제왕절개 봉합선이 터질 정도였는데, 폐 CT를 찍어달라는 윌리엄스의 간청에도 의료진은 “그냥 좀 진정하라”고 할 정도로 환자 말을 듣지 않았다. 의료진은 이를 심리적 문제로 오인했지만, 결국 그의 폐에서는 혈전이 발견됐다.
유방암 분야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의학 연구자인 저자는 연구 설계와 임상 기준, 의학교육 전반에 내재된 구조적 편향의 문제를 짚는다. 그동안 여성 환자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불필요한 시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결정이 있었던 배경을 낱낱이 드러낸다. 엘리자베스 코멘 지음/김희정·이지은 옮김/생각의힘/576쪽/2만 6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