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 마디에 불 붙은 두 조선도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주 이 대통령 울산 타운홀미팅서
“저임금 외노자 지역에 무슨 도움되나"
임금 송금하고 소비 안하는 행태 지적
거제시장 "임금 높여야 내국인 진입"
대통령 입장 동조하며 유입 정책 촉구
반면 울산서는 '현실성 없다'며 반발
울산시장 "외노자는 선택 아닌 현실"
부산일보 DB
“돈은 벌어가지만 소비는 하지 않는다?”
“내국인 인력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
인력난에 시달리던 조선업계에 외국인 노동자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소비력이 극도로 떨어지는 이들이 빠르게 내국인 인력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이들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울산 타운홀미팅 발언까지 겹치며 거제시와 울산시, 양대 조선 도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23일 울산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조선업 호황의 이면과 과도한 외국인 노동력 의존 실태를 언급하며 “싸게 고용하는 것은 좋은데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냐. 생활비 외엔 본국에 송금할 텐데 그게 바람직하냐는 논란이 있다”라고 짚었다.
거제시와 울산시 동구 등이 역대급 호황에도 불구하고 침체일로를 걷는 이유로 무분별한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꼽은 것이다.
실제로 10년여 만에 찾아온 조선업 활황에 조선업계는 역대급 실적을 쏟아내는 중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품은 경남 거제시와 울산시 동구 등은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기형적 불황의 원인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지나친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를 꼽는다.
이는 2015년을 전후해 불어닥친 최악의 조선업 불황 당시 정부가 주도한 고강도 구조조정의 후유증이다.
당시 정부는 기간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조선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감원 칼바람에 8만 명이 넘던 조선업 직접 종사자 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업황 회복에도 한 번 떠나간 조선업계에 노동자들은 다시 발을 들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거제시에 사업장을 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10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 활황에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상권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조선업계가 인력난을 호소하자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폭 늘릴 수 있게 했다.
덕분에 발등의 불을 껐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일자리 대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면서 정작 조선 도시인 울산과 거제에서는 내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급여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한다. 심지어 ‘담배가 최고의 사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소비에 극도로 인색해 지역 경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조선업체는 호실적에, 외국인 노동자는 일자리에 웃지만 조선도시는 울상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HD현대중공업 사업장이 있는 울산 동구는 참다못한 주민들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 반대 서명부를 지자체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변광용 거제시장과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이 국회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국인 중심으로 기술인력 구조를 재편해 달라’며 범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간 외국인 쿼터 축소를 외쳐 온 변 시장은 대통령 발언을 거들고 나섰다.
그는 “현재 인력난은 사람이 없다기 보다 적절한 대우를 받는 일자리가 없어 발생한 현상”이라며 “청년 인구의 조선업 유입을 위해 기업과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결국 올해 조선업 전용 비전문취업(E-9) 쿼터를 일몰하고 숙련기능인력(E-7) 쿼터 축소까지 검토하는 중이다.
2025 거제시 외국인 노동자 화합의 날 행사 모습. 부산일보DB
그러나 반대로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임금을 높여도 힘들고 험한 일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 상 내국인 인력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조선업계는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 구조에 3D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인력이 없인 조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당장 물량을 쳐내고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노동자 일색인 현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 조선업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2만 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내국인이 꺼리는 도장·용접 등 핵심 공정에 포진해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외국인 없인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만들어 소비를 유도하는 선순환 정책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울산 타운홀미팅에서 이 대통령이 지적한 ‘울산형 광역비자’에 대한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울산형 광역비자는 해외에서 양성한 전문 인력을 울산의 조선업 현장에 투입하는 정책이지만, 노동계는 내국인 일자리 기회를 빼앗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이를 두고 “매우 논쟁적인 사안인데 바람직한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두겸 울산시장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 달라’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 시장은 “내국인 충원율이 55%에 그치는 조선업 현장에서 외국 인력 확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광역비자는 2년간 440명으로 제한돼 있고 실제 입국자는 88명에 불과해 내국인 일자리를 뺏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