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선으로] 둘레 세계
김대현 연세대학교 글로벌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사람 사이의 연애는 대체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지고의 복이다. 이름과 연락처를 알고, 약속을 잡고 얼굴을 보고, 데이트하면서 조심스레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진도를 빼는 모든 일들이 그렇다.
인생의 많은 중독적인 재미가 그렇듯이, 거기에는 양날의 칼이 존재한다. 연애와 섹스의 재미가 그 자체로 나쁠 것은 없지만, 오직 그것만 강조되는 통에 다른 삶의 재미들이 발견되고 조명되지 못하는 경우가 그렇다. 20세기 중엽 여학생들에게 오로지 섹스와 결혼의 진로만이 제도적으로 강요되던 일이 그랬고, 90년대 이전 동성애자에게 동성연애‘만’ 강제되던 일이 그랬다. 연애와 섹스 바깥의 삶이 내려앉게 되면 그 때의 연애와 섹스는 자연히 위태로워진다.
가령 여성의 결혼관계가 건강하게 존립하려면 여성의 결혼 외적인 관계가 그만큼 충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성이 일대일 관계 속에 고립될 경우, 커플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많은 불미스러운 일에 좀더 손쉽게 노출된다. 젠더 기반 폭력의 대표적인 분과인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가운데 별도의 국내 여성단체가 가장 먼저 생긴 것이 가정폭력을 담당하는 한국여성의전화였다. 여성을 나와의 관계와 ‘시월드’에 묶어두고 싶은 남성의 욕구와는 다르게, 내가 속한 커플·부부 관계를 상대화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는 그 커플·부부 관계의 건강한 진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다. 이성애 사회로부터 금기시되고 손가락질받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바탕으로 짝을 만나려는 욕구는 강렬해지고, 그것이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중요한 활력의 지분을 차지한다. 퀴어문화축제에서 그냥 거리를 걷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의미가 되는 것처럼, 동성애자 커플이 드러내놓고 연애하는 것도 안팎으로 중요한 의미가 되고, 두 사람의 행복은 으레 프라이드와 차별 철폐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문제는 그런 프라이드에 반하는 사고 사례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매칭앱에서 일대일로 만나 같이 앱을 지우자던 동성애자 커플이 파트너 폭력을 입거나 연애 사기를 당하는 경우, 그 관계를 평소 알고 있는 친구나 바깥 관계가 부족할 때 그 피해를 구제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워진다.
사람의 인생은 연애와 결혼을 통해 파트너의 품에 안긴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과 관계에는 그들을 비출 거울같은 타자의 얼굴이 필요하다. 무릇 행복하고픈 한 커플이 그들의 삶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그 관계 바깥의 둘레 세계와 호흡하는 일이 반드시 요구된다. 일대일의 독점적인 애정 관계를 마치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이 어느새 잊어버린, 그것과 진배없이 중요했을 그곳 바깥의 관계와 돌봄의 존재가 그럴 때 반짝, 하고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