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태화강 억새군락
억새와 갈대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서식지도 정반대다. 억새는 산을 좋아한다. 정선 민둥산과 울산 신불산 억새평원과 같은 들판이나 양지바른 언덕 등 주로 건조한 곳에 군락을 이뤄 자란다. 반면 갈대는 물을 좋아한다. 주로 강가나 호숫가, 갯벌, 습지 등에서 무리 지어 자란다. 갈대 명소도 주로 순천만, 시흥시 시화호, 부산 을숙도, 보령시 무창포 등 습한 곳에 조성됐다.
울산 태화강 억새군락지는 강 하류인 북구쪽 둔치에 조성됐다. 억새의 생육 특성을 감안할 때 다소 이례적이다. 태화강 억새군락지는 자연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2006년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 전체 면적은 21만 5800여㎡에 달한다. 당초 태화강 하류 둔치는 밋밋하고 다소 황량한 공간이었으나 억새군락지를 조성, 20년 동안 가꾸고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하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이면 성인 키보다 크게 자란 억새들이 은빛 물결을 출렁이며 환상적인 풍경을 선물한다. 특히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억새군락은 오후엔 황금빛으로, 일몰 전에는 석양에 물들어 붉게 일렁거린다. 작품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 애호가들이 전국에서 몰려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데크 산책로와 조형물, 벤치, 경관 조명 등이 잘 갖춰져 평소에도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도 연중 이어진다. 특히 해마다 억새가 절정을 이룰 때면 억새 나들이축제가 열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울산의 명물인 태화강 억새군락지가 방화 때문에 크게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4일 50대 남성이 자전거로 이동하며 라이터를 이용해 명촌교 인근 억새밭 5∼6곳에 연이어 불을 질렀다. 건조특보가 내려져 억새가 바싹 마른 상태인데다 이날 바람까지 때때로 강하게 불어 불길은 삽시간에 퍼졌다. 더욱이 자칫하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1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소방 당국이 추산한 피해 면적은 3만 5000㎡에 달한다. 축구장 5개 정도의 면적이다.
불길이 휩쓸고 간 억새군락지는 시커멓게 변해 본래 모습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히 억새 뿌리가 살아 있어 봄이면 새순이 돋아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태화강 억새군락지는 사람뿐만 아니라 조류 등 뭇 생명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울산의 소중한 관광자산인 태화강 억새군락이 하루빨리 제모습을 되찾길 소망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