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탄피
김정희(1961~)
하늘에 박힌 총알 하나
별 사이를 뚫고 떨어진 약속의 파편
가끔 흔들려
빈 땅에 도착해 철컥거리다
금속 비명을 낸다
누가 걸쇠를 걸었을까
동그랗고 노란 총알
차가운 숨결 속
장전되는 총구
명중이어야 해
숨을 멈추고 기다리는 순간
방아쇠를 당긴다
탕!
떨어지는 탄피
몇억 광년의 빛
나를 뚫고
빛을 삼킨 어둠 속
너는 빛을 꿰뚫는다
시집 〈지구에 붙은 컵은 책상 위에서 떨어지지 않아〉(2025) 중에서
겨울은 사계절 중에서도 별을 보기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은하수 서쪽으로 기우는 별들이 유난히 또렷한 건 차가워진 대기 때문입니다. 오리온자리. 큰개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안드로메다와 오리온도 맨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왜 빛나는 별 하나를 하늘에 박혀 있는 총알로 보았을까요. 별빛은 왜 떨어지고 있는 탄피로 보았을까요. 한때 백령도에서 군인들의 심리상담을 했던 시인의 독특한 이력이 이 시의 출발지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것들 중에는 우주쓰레기도 많다는데, 이 시를 읽는 동안 겨누었지만 빗나가던 일상들, 얼어붙은 삶의 추위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쇠붙이보다 차가운 겨울 올려다보며 내가 쏘아올린 별은 어디서 빛나고 있는지, 무엇을 향해 살고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