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이스터섬의 불로초, 라파마이신
김미경 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클립아트코리아
거대하고 신비스러운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남태평양의 이스터섬은 원주민말로 라파누이라고 한다. 이 섬의 토양 미생물에서 추출된 물질을 섬이름을 따 ‘라파마이신’이라 명명하였다. 이 약제는 곰팡이를 죽이는 항진균제로, 장기 이식 환자의 거부 반응을 막는 면역 억제제로도 쓰여왔고, 최근에는 항노화 치료를 위한 약제로도 사용이 되어 왔다. 최근 매년 20억 원 이상을 써가며 자신의 신체를 18세로 되돌린다는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이, 항노화 치료를 위해 몇 년간 복용해오던 라파마이신을 2025년 1월에 중단했다고 공개하며 감염, 지질·혈당 이상, 안정시 심박 증가 등을 부작용으로 언급했다.
라파마이신은 몸 속 세포에 존재하는 ‘mTOR(엠토르)’라는 단백질을 억제한다. mTOR는 비유하자면 우리 몸의 ‘건설 현장 소장님’이다. 영양분이 들어오면, 이 소장님은 “자재가 들어왔다. 세포를 더 크게 짓고, 분열하고, 성장시켜라!”라고 지시한다. 젊은이들에게는 이 기능은 필수적이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문제가 생긴다. 노폐물이 쌓이고, 부실공사처럼 암세포 발생의 위험이 커지며, 세포도 지쳐 늙어버린다. 라파마이신은 소장님(mTOR)의 입을 틀어막고 휴식을 명한다. 새로운 건물을 짓는 대신, 세포 안에 쌓여 있던 쓰레기와 낡은 단백질을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고 세포가 스스로를 청소하고 수리하여 젊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호르몬 시스템은 정교한 톱니바퀴와 같다. 라파마이신이 mTOR를 지속적으로 억제하면, 영양분이 충분히 들어왔는데도 몸은 ‘기아 상태’라고 착각한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간은 포도당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데, 근육과 지방 세포는 굶는 상태로 인식하여 혈액 속 포도당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즉 일종의 ‘인슐린 저항성’ 상태가 되고 췌장은 인슐린을 짜내느라 과부하가 걸리니 결국 당뇨병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또 다른 우려는 면역계에 관한 것이다. mTOR는 면역세포에서도 중요한 축이므로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 브라이언 존슨도 라파마이신을 중단한 이유로 혈당, 지질 이상과 감염을 언급했었다.
mTOR라는 성장 스위치는 계속 켜져 있을 때보다, 필요할 때 켜지고 필요 없을 때는 꺼질 때 더 건강하게 작동한다. 라파마이신이라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서 mTOR를 계속 억제하는 것보다는 일상 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해서 생리적으로 잘 조절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뜻이다. 간식과 야식을 줄여서 일정 시간 공복 구간을 확보하면, 영양 신호가 낮아지면서 mTOR 신호가 내려가고 세포 활동은 정비와 청소 쪽으로 간다. 반대로 근력 운동은 근육이 에너지를 더 쓰게 만들고, 운동 뒤 회복 과정에서 근육에 필요한 만큼 mTOR가 켜져 ‘재건’이 일어나 노화의 중요한 증상인 근감소증 극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늘 저녁 식사를 조금 가볍게 하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 그것이 돈 한 푼 들지 않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불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