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사람들 [질병과 건강 이야기]
김윤진 송정가정의학과 원장 전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클립아트코리아
아프지만 원인을 몸에서 찾을 수 없는 환자들이 많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마음으로 소화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조용히 사는 사람도 마음의 상처를 피할 수 없다. 갈등할 일이 생기고 난처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에 노출되기도 한다. 감정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공연한 죄의식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감정은 해소되지 않으면 마음에 응어리로 남는다.
많은 사람이 갈등과 과로, 스트레스 속에 산다. 마음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이 병이 된다. 억울한 마음, 우울한 마음, 슬픈 마음은 응어리가 되어 깊은 마음속에 남는다. 응어리는 병이 된다. 병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두근거림으로 나타난다. 소화불량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유 없는 아픔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의욕이 없어지고, 기운이 없어지기도 한다.
아픈 마음이 병이 되는 이유는 아픈데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살기 때문이다. 감정을 숨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살기 때문이다. 밖으로는 슬픔도 기쁨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파도 멀쩡한 것처럼 살기 때문에 해소되지 않고 응어리로 남기 때문이다. 마음 대신 몸이 아프다. 증상은 힘든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마음은 입이 없기 때문에 증상으로 말한다.
마음이 아프면 스트레스를 받은 머릿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호르몬이 분비된다.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한다. 자율신경계도 영향을 받는다. 교감신경도 활성화된다. 장운동이 멈추고 근육이 긴장한다. 소화가 안되고 배가 답답해진다. 머리 근육이 당겨지면서 두통이 생긴다. 불안과 초조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마음 때문에 아픈 사람은 그냥 아픈 사람과 다르다. 검사는 정상인데도 몸이 아프다. 가슴이 아프지만 심장은 이상 없다. 소화는 안 되지만 위는 정상이다. 피로가 심하지만 검사에는 이상이 없다. 몸만 보면 아플 이유가 없는데 아프다. 마음 때문에 아픈 사람은 진단이 어렵다. 환자는 원인을 찾기 위하여 이 병원 저 병원을 돈다. 원인을 찾기 어렵다. 마음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병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유 없이 아픈 사람 중에는 마음이 원인인 경우가 다수 있다. 자기 마음을 살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억울한 마음, 우울한 마음, 슬픈 마음, 풀리지 않은 감정이 마음에 맺혀 있지 않은지 살펴 보아야 한다. 마음의 응어리를 비워야 한다. 숨어 있는 불안을 지워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 찌꺼기들을 털어야 한다. 불안하고 조급하게 달리는 것이 느껴지면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
건강한 마음은 불안하지 않다. 슬프지 않다. 초조하지 않다. 세상을 보이는 그대로 보고 들리는 그대로 듣는다.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면 겨울에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아직도 겨울이다. 진료실은 감기가 한참 유행이다. 아픈 마음은 면역도 떨어뜨린다. 감기에 잘 걸리게 한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마음을 지켜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