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부다페스트 무파, 버르토크 벨라 콘서트홀에서 만난 넵트랩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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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르토크 벨라 국립 콘서트홀 내부. 이상훈 제공 버르토크 벨라 국립 콘서트홀 내부. 이상훈 제공

헝가리를 대표하는 20세기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버르토크 벨라의 이름을 딴 콘서트 홀이 부다페스트에 2005년 개관했다. 오늘날 유럽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공연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뉴브 강변에 자리한 부다페스트의 복합공연예술센터 무파(헝가리어로 ‘예술궁전’이란 뜻) 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헝가리 현대 문화정책과 예술적 야심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버르토크 벨라 국립 콘서트홀을 중심에 두고 페스티벌 극장과 루드비히 현대미술관까지 결합되어,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기관으로 기능한다.

무파가 위치한 소로크사리 거리와 라코치 다리는 과거 산업지대의 흔적이 남아 있던 지역이다. 헝가리 정부는 이곳을 문화지구로 재생하며, 국립극장과 무파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예술이 도시 재생의 중심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외관은 절제된 현대주의적 언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부로 들어서면 공간의 위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중심에는 약 1700석 규모의 버르토크 벨라 국립 콘서트홀이 자리한다. 이 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을 자랑하며, 파이프 오르간과 가변형 음향 구조를 통해 바로크에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콘서트홀의 기본 형식은 전통적인 슈박스(shoebox) 타입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빈 무지크페라인이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로 대표되는 고전적 콘서트홀의 계보를 잇는 선택이다. 길게 뻗은 직사각형 공간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균형 있게 확산시키며, 관객석 전반에 균질한 음향을 전달하는 데 유리하다. 이 홀의 가장 주목할 요소는 가변 음향 반사판과 천장 구조다. 천장에는 조절 가능한 반사 패널이 설치되어 있어, 공연 성격에 따라 잔향 시간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대편성 교향곡에서는 풍부하고 깊은 울림을, 실내악이나 현대음악에서는 선명하고 또렷한 음상을 구현한다. 이는 단일한 이상적 음향을 고정하는 대신,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동시대 공연장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버르토크 벨라 콘서트홀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적 완성도에만 있지 않다. 이 홀은 헝가리 음악의 정신을 공간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버르토크가 헝가리 민속음악의 본질을 현대적 언어로 재구성했듯, 이 콘서트홀 역시 전통적 홀의 형식을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한다. 과거의 유산을 존중하되, 현재의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태도는 이 공연장을 단순한 좋은 콘서트홀이 아니라 헝가리의 문화적 자존심의 결과물이다.

지난주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넵트랩코가 버르토크 벨라 콘서트홀에서 그의 경력 중 처음으로 베르디 ‘레퀴엠’에서 소프라노 파트를 무대에 올렸다. 이 역사적인 연주회 때문에 부다페스트를 찾았지만, 공연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무파와 콘서트홀을 이 지면에 소개하고 싶었다.

객석에서 바라본 무대와 파이프 오르간. 이상훈 제공 객석에서 바라본 무대와 파이프 오르간. 이상훈 제공
무파(Müpa, 헝가리어로 예술궁전) 외관. 이상훈 제공 무파(Müpa, 헝가리어로 예술궁전) 외관. 이상훈 제공
안나 넵트랩코의 베르디 레퀴엠 커튼콜 장면. 이상훈 제공 안나 넵트랩코의 베르디 레퀴엠 커튼콜 장면. 이상훈 제공
무파 로비에서 바라본 버르토크 벨라 국립 콘서트홀. 이상훈 제공 무파 로비에서 바라본 버르토크 벨라 국립 콘서트홀. 이상훈 제공
조절 가능한 음향 반사판 패널. 이상훈 제공 조절 가능한 음향 반사판 패널. 이상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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