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의료관광 시대 '사각지대' 넓은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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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서울과의 의료 격차는 경쟁력 차이
기술 뿐만이 아니라 서비스가 중요
의료경험 전반을 살펴야 하는 이유

20년 가까이 진행된 부산 의료관광
신규보다 재방문 관리로 전환해야
서비스 개선·투자 더 미룰 수 없어

모처럼 SRT를 타고 서울의 한 병원을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검사를 받아오던 곳이지만, SRT를 왕복으로 이용한 것은 꽤 오랜만이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변화가 느껴졌다.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몇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어져 있었다. 부산이나 대구 등 지역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대전에서 탑승한 이들은 업무차 이동하는 직장인들처럼 보였다. 여섯 대의 셔틀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 병원에 서울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 역시 결코 적지 않다. 부산에도 여러 대학병원이 있고, 진료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병원도 많은데 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향하는 것일까. 셔틀을 기다리며 나눈 대화 속에서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드러났다. 부산의 병원에서 경험했던 불편함을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필자 역시 주 진료는 부산에서 받고 있고, 가족의 입원 경험을 통해 여러 병원의 서비스를 접해왔다. 그러나 서울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먼저 체감하는 것은 병원 시설이다. 해운대나 광안리 인근 일부 대형 병원을 제외하면, 서면이나 구도심에 위치한 대형 병원 상당수는 병실 규모나 보호자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 2인실임에도 침대 간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 보조 침대를 놓으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도 흔하다. 시설의 불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장실에 턱이 있어 휠체어나 링거대를 들고 이동해야 하는 병원도 있고, 검사와 진료를 위해 이동할 때마다 중간 수납을 반복해야 하는 구조도 많다.

서비스 측면에서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접수와 대기 관리 측면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했다. 예약 환자는 키오스크를 통해 진료실 접수까지 한 번에 마칠 수 있고, 대기 현황과 진료 진행 상황은 실시간으로 안내된다. 이는 환자에게 신뢰를 줄 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는 일정 관리의 부담을 덜어주는 중요한 서비스다. 반면 부산의 병원 대기실에서는 여전히 “내가 몇 번째인가요”를 물어봐야만 대략적인 대기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격차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2007년 무렵 시작된 의료관광은 어느덧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돼 가는 지금, 의료관광 인프라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의료기술과 의료진의 역량은 부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의료 관광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치료 결과만이 아니다. 병원의 시설과 서비스, 즉 ‘의료 경험’ 전반이 경쟁력이다.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진료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병원에 도착해 처음 마주하는 안내 체계, 대기 공간의 쾌적성, 보호자를 고려한 병실 구조와 이동 동선, 다국어 응대 여부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의 ‘의료 경험’으로 축적된다. 이러한 경험은 치료 결과만큼이나 의료 관광객의 만족도와 재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의료관광은 재방문 가능성이 높은 분야여서 경험에 대한 평가는 온라인과 주변 사람에게 빠르게 확산한다. 한 도시의 병원 경험은 곧 도시 이미지로 연결되며, 이는 관광과 연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의료관광을 개별 병원의 문제가 아닌 도시 차원의 경험 산업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이미 300만 명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의료 인프라 수준으로 과연 재방문을 이끌 수 있을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이 신규 방문객 유치에서 재방문 관리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의료관광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의료 서비스의 중심은 결국 환자다. 병원 곳곳에 ‘환자 권리장전’이 게시되어 있지만, 구조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자를 위해 어떤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완치와 회복은 의료기술의 영역이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진, 시설 사이의 틈을 메우는 것은 서비스의 몫이다.

부산 시민이 진료를 위해 하루를 들여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도시, 외국인 의료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은 의료 경험을 제공하는 도시. 부산 의료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제 분명하다.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투자와 혁신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공공 차원의 인프라 개선과 서비스 표준화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부산 의료관광의 경쟁력은 더 이상 홍보 문구가 아니라, 병원 문을 여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현장 경험’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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