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정상 ‘새로운 60년’ 실질적 협력 진전 이루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과거사 현안 실용적 해법 적용 찾고
안보·통상 포괄적 협력 체제 구축을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을 방문해 경주 APEC 이후 두 달 반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장이 수도 도쿄가 아니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고향이자 10선 지역구인 점이 눈에 띈다. 이곳은 일본 고대 국가가 형성된 지역인데다, 당시 한반도와의 교류가 활발했다. 두 정상이 고구려 승려 담징이 벽화를 남긴 호류지(법륭사)를 방문하는 것도 상징적이다. 신라 천년 고도 경주에 이은 나라현에서의 만남은 갈등보다 공존의 기억을 소환하는 장소에서 새출발을 모색하자는 외교적 메시지로 읽힌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보내고, 새 60년을 맞이하는 올해 첫 셔틀 외교가 신뢰 구축과 실질 협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할 대목은 과거사에 대한 실용적 접근이다. 1942년 갱도 수몰 사고로 조선인 136명이 목숨을 잃은 조세이탄광의 비극은 불행한 과거사 중 하나다. 하지만 유해 발굴과 DNA 감정은 인도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협력이 가능한 분야다. 과거를 덮으려 하지 말고, 동시대인끼리 해결 가능한 문제부터 손을 잡는 것이 합리적 접근법이다. 강제징용 판결과 위안부 문제 해법을 둘러싼 감정적 대립이 외교 갈등으로 증폭되고, 급기야 일본이 반도체 분야 한국 수출을 통제하며 보복한 무리수가 남긴 후유증은 적지 않다. 역사 인식 문제는 원칙에 입각해 다루되, 안보와 통상 현안은 국익 중심으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두 나라 사이의 인적 교류가 연간 12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민간의 교류는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의 밑바탕이자 추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회담에서 청년 세대 교류 확대, 출입국 간소화, 수학여행 장려, IT 분야 외 자격 인정 확대를 비롯해 스캠 범죄 및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등 사회분야 협력 방안들이 논의됐다. 또 단순한 교역을 넘어 경제와 안보의 국제 규범과 관련된 포괄적 협력을 위한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은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의 공급망 재편이라는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감정에 휘둘리는 외교에서 벗어나, 국익을 앞세운 전략적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날 이 대통령은 언론 회견에서 한일, 한미일의 협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중일이 소통하며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긴장이 재편되는 와중에 한국이 지켜야 할 국익과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대통령이 표방하는 실용 외교는 ‘국익의 언어로 설계된 협력’으로 실현돼야 한다. 그중 한일 관계는 한국 외교의 중요한 고리다. 한일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실용만을 앞세워 과거사를 외면해서도 안 되고, 감정을 내세워 협력의 문을 닫는 것도 곤란하다. 외교의 본령은 원칙과 현실의 조화다. 한일 관계는 지금 그 시험대에 올라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