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르익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주민 공감 통해 결실 맺어야
철저히 아래로부터 차근차근 추진해야
메가시티 무산 재현 비극 막을 수 있어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13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그간의 위원회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대한 기자
부산과 경남의 행정통합이 여론을 등에 업고 한껏 무르익고 있다.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한데 뭉쳐야 한다는 막연한 수준의 구상을 훌쩍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도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일굴 다극 체제 확립 구상으로 인식하고 나선 만큼 향후 추진에는 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치공학적인 시도가 횡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을 한껏 부풀린 뒤 선거가 끝나자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어서다. 행정통합을 정치적 이벤트화하려는 그 모든 시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13일 활동을 끝낸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에게 활동 보고와 함께 최종 의견을 제안했다. 공론화위는 일단 두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과반 이상의 주민이 행정통합을 찬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통합 절차에 있어서는 지역별로 온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주민투표를 실시해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론화위는 아울러 기초지자체가 참여하는 권역별 상생협력기구를 통한 균형발전 정책 마련 필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울산을 포함해 완전한 통합이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공론화위의 이 같은 제안은 타지역 행정통합 논의의 속도전과는 사뭇 다른 스탠스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곳은 대전·충남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6월 지방선거 전에 행정통합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주민투표를 생략하고 시·도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선거 전 행정통합이 이슈화하자 정치권의 의제 선점 시도가 곧장 이어진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결실을 맺게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본인이 경남도지사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 전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을 표명하기도 했다.
부울경은 2018년부터 일찌감치 공동연구 등을 통해 ‘메가시티’ 조성 방안을 추진해 왔다. 부울경의 상위 특별지자체를 만들기로 하고 2021년 공동준비기구까지 꾸리는 등 현실화를 눈앞에 둔 듯했으나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시장과 도지사가 바뀌자 백지화하고 말았다. 단체장의 소속 당에 따른 입장 변화 등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후문까지 나돌았다. 위로부터 추진된 메가시티의 한계가 4년 전 여실히 드러난 만큼 이번 행정통합은 아래로부터 추진돼야 옳다. 철저히 주민 공감을 얻어가는 방식을 통해 정치적 셈법을 최대한 배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방선거가 끝났다고 흐지부지되지 않으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