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범용 인공지능 앞에 선 대기과학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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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

2025년엔 정치·경제·외교 전반에 걸쳐 굵직한 이슈들이 이어졌지만, 사회 전반에 가장 깊고 넓은 영향을 미친 변화는 챗지피티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일상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든 일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특정 산업이나 기술 영역에 머물지 않고, 사고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며 사회의 작동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대기과학 역시 연구 설계부터 자료 해석, 예보와 소통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구글은 그래프캐스트(GraphCast)와 젠캐스트(GenCast)와 같은 인공지능 기반 대기 모델을 통해 수치예보 수준의 정확도를 빠른 계산으로 구현하며 중기 예보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로라(Aurora) 모델을 중심으로 대기와 해양, 기후 요소를 통합적으로 학습해 태풍 경로와 극한 기상 예측에 활용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IBM은 그래프(GRAF)와 프리스비(Prithvi) 계열 모델을 통해 기후 재분석과 장기 예측, 재난 위험 평가 분야에서 인공지능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모델은 이미 항공·해운·에너지 산업은 물론 재난 대응과 기후 서비스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 예보 모델 통해 기후 서비스

양질 데이터 안정적 생산·관리 체계 시급

기상 현상 핵심 변수·구조 선별해 접근을

기존의 기상 예측 모델은 관측 자료로부터 산출한 초기조건과 경계조건을 바탕으로 유체역학 방정식을 직접 풀어 대기의 변화를 모의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는 방대한 계산량이 수반돼 초고성능 슈퍼컴퓨터가 필수적이며, 한 번의 예보를 생산하는 데에도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된다. 더욱이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물리 과정을 세분화하고 모델의 복잡도를 높일수록, 그에 비례해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인공지능 기반 모델은 과거의 방대한 관측·재분석 자료에서 패턴을 학습해 상대적으로 적은 계산 자원으로도 경쟁력 있는, 때로는 더 나은 예측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성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이 빠른 속도로 기상·기후 예측 분야 전반을 장악해 나갈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기과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모델이 실제 예측 현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양질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생산·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은 결국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학습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데이터 생산 기술의 수준이 곧 예측 역량을 좌우한다. 특히 인간의 일상과 직접 맞닿아 있는 시공간 규모에서 발생하는 대기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자료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기후 재난의 빈도와 피해가 증가하고 탄소중립이라는 다음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 스케일의 기상 정보가 체계적으로 생산되고 장기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인공위성과 지상 관측을 포함한 관측 기술의 고도화는 물론, 초고해상도 도심 기상 모델의 활용과 지속적인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범용적인 인공지능 예보 모델의 실효성과 효율성에 대해서도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가용한 모든 데이터를 동원해 모든 기상 현상을 한 모델로 예측하는 방식이 과연 가장 효율적이며 최선의 선택인지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폭우로 인한 홍수를 예보하는 상황과 강풍에 따른 피해를 예측하는 일은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물리 과정과 핵심 정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인공지능 모델이 각 상황에 맞춰 어떤 정보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극한 기상에 대해서는 범용 모델보다 특정 현상에 최적화된 특성화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더 현명한 대안일 수 있다. 예측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대상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핵심 변수와 구조를 선별해 모델을 설계하는 접근이 효율성과 예측성을 동시에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를 위해 대기과학계는 기초 이론 연구를 다시 중심에 놓고, 물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과의 전략적 결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범용적인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의 등장은 대기과학계에 적지 않은 혼란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전환기의 혼란 속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시대의 유행과 기술의 속도에 휩쓸리기보다 학문의 본질을 다시 붙잡으려는 보수적인 성찰과, 동시에 새로운 프레임의 등장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를 함께 갖추는 일이다. 그 균형 속에서만 대기과학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사회에 필요한 과학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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