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지하철은 버스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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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버스의 미래다.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스크린도어가 설치됐으며,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제 휠체어 이용자에게 지하철은 더 이상 ‘탈 수 있을까’를 망설이는 공간이 아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예측 가능한 이동이 보장되는 교통수단이 됐다. 지하철의 무장애 환경은 오랜 시간에 걸친 계획과 법적 기준, 그리고 매뉴얼로 정리된 운영 시스템 위에서 만들어졌다. 지하철은 ‘사람의 선의’가 아니라 구조로 이동을 가능하게 한 교통수단이다.

반면, 저상버스의 현실은 다르다. 저상버스가 늘어났고 기술도 발전했지만 휠체어 이용자가 느끼는 체감은 여전히 불안하다. 버스를 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그날의 기사 숙련도와 정류장의 상태, 그리고 주변의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지하철은 ‘시설’로 대응해 왔지만, 저상버스는 아직 ‘배려’의 언어에 머물러 있다. “기사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승객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같은 문장들은 따뜻해 보이지만, 사실은 구조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개인의 선의에 맡기고 있다.

저상버스에도 표준이 필요하다. 휠체어 고정장치의 사용법, 정차 방식, 기사 교육, 정류장 환경 기준 등이 지역과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이제 저상버스도 다음 단계, ‘이동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접근성, 정차의 일관성, 승하차의 안전, 예측 가능성은 무장애 이동의 핵심 요소다. 이것들이 버스에서도 구현되려면 기술 외에 정류장과 정차 방식, 고정장치, 정보 시스템이라는 기반 시설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저상버스가 ‘배려의 교통수단’에 머무는 한, 장애인의 이동은 여전히 허락받아야 하는 일이 된다. 이제는 버스도 지하철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아도 시스템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성희철·부산뇌병변복지관 장애인식개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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