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금 원화로 안바꾸고 미적…관세청, 1138개 기업 외환조사
관세청, 불법외환거래 상시 집중점검 계획
수출입 대금과 은행 지급대금 차이 큰 기업
재산도피와 해외사용 미보고, 비자금 조성
이종욱 관세청 차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환율 안정을 저해하는 불법외환거래에 대한 연중 상시 집중점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덕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높게 유지되자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데 대해 외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13일 △법령을 위반한 무역대금 미회수 △가상자산 등 대체수단을 악용한 변칙적 무역결제 △외화자산 해외도피 등 3가지 무역·외환 불법행위에 대해 외환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해 5000만 달러 이상 무역거래를 하는 기업 중 세관에 신고된 수출입 금액과 은행을 통해 지급·수령된 무역대금 차이가 큰 1138개 기업에 대해 외환검사를 한다. 대기업은 62개, 중견기업 424개, 중소기업 652개다.
작년에 은행에서 지급·수령된 무역대금과 세관에 신고된 수출입금액간 차이는 2900억 달러(427조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최고금액이다. 대부분 고환율로 인해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달러를 원화로 늦게 바꾼다고 해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보고 절차를 위반하거나 재산을 도피시키고, 각종 범죄와 관련돼 악용한 경우에 대해 조사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해외 법인을 둔 복합운송업체 A사는 해외 거래처로부터 받은 130억원 어치의 달러를 국내로 회수하지 않고 해외 지사에 유보하고, 해외 채무변제에 사용하면서도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를 들 수 있다.
또 국내 거래처에 IC칩을 납품하는 B사는 싱가포르 페이퍼컴퍼니를 중간에 끼워 해당 법인에는 IC칩을 저가로 수출하고 국내 거래처에는 정상 가격으로 공급해 약 11억원 규모의 달러를 해외 비자금으로 조성하기도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무역대금은 우리나라 전체 외화 유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달러로 벌어들인 돈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으면 달러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작년 관세청 외환검사에서는 조사 대상 104개 기업 중 97%에서 불법 외환거래가 적발됐다. 적발 금액은 총 2조 2049억원에 달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